'기(氣)의 무용'으로 세계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는 안무가 홍승엽씨가 이끄는 댄스씨어터온의 현대무용 '빨간부처'가 오는 15∼16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초연된다. 홍씨의 현대무용단은 지난해 가을 리옹댄스비엔날레에서 국내 무용단으론 처음으로 개런티를 받고 '데자뷔' 등을 공연,현지에서 극찬을 받았다. 이번 작품 '빨간부처'는 홍씨가 일관되게 추구해온 주제인 '존재의 정체성'을 한층 다양하고 깊이있게 보여주는 작품. 14명의 무용수들이 80개의 점토 불상을 빚고 부수며 자아를 찾는 과정을 그린다. 제목의 '빨간'은 세속을,'부처'는 진정한 자아를 각각 상징한다. 3장으로 구성된 이번 공연 중 첫 장에선 정체성을 잃고 고민하는 인간의 여러 모습이 역동적으로 표현되며 2장에선 고뇌와 번뇌가 점차 깊어져 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마지막 3장에선 무용수의 '바람같은' 춤을 통해 번뇌를 날려 버리는 것이 묘사된다. 댄스씨어터온의 무용은 발레 및 현대무용 테크닉의 바탕 위에 홍씨가 개발한 '기(氣)의 무용'이 혼합돼 있다. 동작의 흐름이 곡선적이면서 공간과의 소통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서구 현대무용과 차별화된다. 정(靜)적인 주제를 역동감 있게 표현하고 해학성과 위트 섞인 몸동작 들을 삽입해 대중성도 확보하고 있다. 홍씨는 "이미지가 리듬을 타고 단절없이 흐르도록 연출할 것"이라며 "정체성 찾기란 해답이 없는 문제인 만큼 관객들이 해답보다 동작 자체에 매료될 수 있도록 작품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광석 김선이 이진우 김용화 남도욱씨 등 댄스시어터온의 간판 무용수들이 모두 출연한다. 무대미술은 엄진선씨가 담당하며 조명 천세기,의상 선미수,전각·문양디자인 최규일,점토디자인 신이철,영상 디자인은 서양범씨가 각각 맡는다. 프랑스 무용지 '라트뒤키'는 지난해 가을 홍씨가 리옹댄스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작품에 대해 "동양의 윌리엄포사이드(유럽 최고의 현대무용안무가)라 비견될 정도로 참신하고 기발하다"고 평했다. 관객들의 호응도 대단해 당초 3회 공연에서 5회로 연장 공연되며 전석이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02)2005-0114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