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융프라우는 파스텔화 그립엽서다.

그곳엔 새하얀 만년설, 하늘색 빙하, 연두와 짙푸름이 섞인 녹음, 빨간색 산악기차, 빙하가 녹아내린 반투명 옥색물, 노랑.보라의 이름 모를 꽃들이 공존한다.

알프스 자락이 흐르다 스위스에서 절정을 이룬 곳 버니스 오버란트.

이 지역엔 만년설로 뒤덮인 아이거(3,970m), 묀히(4,099m), 융프라우(4,158m) 세남매 봉우리가 손을 잡고 이어져 있다.

"유럽의 지붕"으로 불리는 해발 3천4백54m의 스핑크스 전망대에 오르면 날씨가 맑은 날에는 멀리 프랑스와 이탈리아까지 보인다.

그러나 융프라우의 기상은 "숫처녀"라는 이름 만큼 변덕이 심하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구름과 안개가 끼었다 쏟아지는 햇살에 사라진다.

그래서 더욱 매력이 있다.

서양에 신선이 살았다면 바로 여기가 아니었을까.

산악철도는 이 꼭대기까지도 이어져 있다.

톱니바퀴가 설치된 융프라우열차는 깎아지른 벼랑과 아이거와 묀히 두개의 봉우리를 뚫어 만든 터널을 돌아 2시간이상 올라간다.

16명이상 단체면 열차의 특별칸을 예약할 수 있다.

산악철도의 중간에는 1934년 그린델발트의 두 산악안내인이 빙하 20m 아래를 뚫어 만들었다는 얼음동굴이 있다.

1천평방m의 공간에 펼쳐진 인공의 빙하동굴에는 야생동물 모양의 각종 얼음조각들과 전시물들이 채워져 있다.

융프라우 지역은 레포츠를 즐기는 이들에게도 매력 만점이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끝없이 이어진 들꽃밭 사이로 하이킹과 암벽등반, 패러글라이딩, 산악자전거, 레프팅 등을 만끽할 수 있다.

산아래 마을 인터라켄에 위치한 18홀 규모의 골프장은 멀리 만년설로 덮인 봉우리를 바라보면서 티샷을 날리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겨울에는 눈 스포츠가 절정을 이룬다.

총길이 55km의 슬로프가 35개의 리프트로 연결돼 있는 이 지역은 스키어와 스노보더에겐 그야말로 천국이다.

스키실력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도 밟지 않은 산자락을 그대로 타고 내려올 수도 있다.

기차로 산 정상에까지 싣고 올라가 마을을 통과하며 내려오는 눈썰매나 북극견이 끄는 썰매도 이곳이 아니고는 쉽게 맛볼 수 없는 재미거리다.

얼음이 조금씩 녹기 시작하는 5월말부터는 22km의 빙하를 따라 내려가는 빙하스키가 시작된다.

숙소는 마을마다 1백년 이상의 전통을 지닌 호텔들이 많다.

그러나 스위스산악의 정취를 충분히 느끼려면 유스호스텔와 유사한 게스트하우스가 안성맞춤이다.

정상에서 가장 가까운 숙소로는 아이거글레처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아이거글레처에서 창을 열고 맞는 아침은 잠을 깬 곳이 바로 스위스임을 실감나게 한다.

등뒤에는 깎아지른 빙벽이 하얗게 버티고 있고 발 아래로는 푸른 들판과 절벽이 펼쳐진다.

숙소에서 문을 열고 나가면 그대로 스키슬로프와 하이킹 코스로 연결된다.

하루 숙박요금은 3일이상 머물 경우 아침.저녁 식사를 포함해 개인당 55스위스프랑(한화 약 4만5천원).

그러나 1월과 2월의 최성수기에는 1년전에 예약을 해야할 정도다.

봄에서 가을까지는 한달전쯤에 미리 연락해야 방을 잡을 수 있다.

융프라우(스위스)=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