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탕화면에 깔려 있는 그룹내 인트라넷인 "싱글"이다.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메일함이 열린다.
5건의 내용을 확인하고선 답장을 보낸다.
김 대리가 오늘 처리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업무는 휴대폰 제조에 필요한 배터리 구매에 관한 결재를 올리는 일.
싱글 안에 마련된 "전자결재" 코너로 들어가 필요한 구매수량과 공급업체인 일본 A,B업체의 공급조건 및 품질비교 등을 제시하고 A업체의 제품을 구입하려는 내용이다.
김 대리는 담당 팀장과 임원 등 결재권자를 지정하고 생산라인의 팀장과 삼성물산의 담당자를 참조인으로 설정해 "보내기" 코너를 클릭한다.
이날 점심식사를 마치고 들어온 김 대리는 오후 2시께 모든 결재가 끝난 사실을 확인했다.
예전 같으면 팀장을 거쳐 임원을 기다리고 생산라인 등에 전화로 얘기를 주고받느라 이틀은 족히 걸려야 했던 일이지만 불과 5시간만에 모두 처리할 수 있었다.
이처럼 결재나 보고업무가 전자적으로 처리됨에 따라 업무의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
지방공장은 물론 해외지사까지 곧바로 연결돼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넘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데다 종이문서가 줄어드는데 따른 간접비용 절감효과도 거둘 수 있다.
정보공유의 속도가 빨라지는 등 신속.정확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LG칼텍스정유 관계자는 "결재권자는 승인이나 기각시킬 권리만 있고 문서수정은 기안자만 할 수 있어 문서에 대한 책임소재가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문서관리가 한결 편리해진 것은 물론이다.
"입사초기 때만 해도 문서감사가 있을 경우엔 사무실을 뒤집어 엎어야 했다. 폐기해야 할 문서가 있는지,보관기한이 지난 문서는 없는지,서류철을 제대로 갖춰 놓았는지를 일일이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어졌다. 사내 인트라넷에 표준 문서양식이 있고 웬만한 문서는 회사 서버에 보관되고 기한이 지난 문서는 자동으로 처분되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SK(주)에 다니는 한 직원의 얘기다.
현대자동차와 SK(주) 등에선 로터스사의 "노츠"란 인트라넷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다급한 경우에는 예나 다름없이 결재권자에게 직접 보고하고 서둘러 업무를 처리해야 하겠지만 일상적인 경우는 모두 전자결재로 처리하고 있다.
과거엔 보고서에 들어갈 제품사진을 처리하는데 애를 먹었지만 지금은 스캔을 받아 간단히 처리하면 그만이다.
LG화학에선 "EL-오피스"라는 인트라넷을 통해 전자결재를 활용하고 있다.
결재권자가 출장 등으로 자리를 비울 때는 다른 사람에게 결재권을 위임하는 기능도 갖췄다.
대규모 투자전략사업을 벌일 경우엔 해당자들이 아예 노트북PC를 가지고 회의실로 들어가 프리젠테이션을 하면서 그 자리에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전자결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사업본부별 전자결재 실적을 매월 사내 전자게시판에 공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기업들의 전자결재나 E메일 보고가 정착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E메일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진 결과 "E메일 홍수" 시대를 맞기도 했다.
특히 CEO(최고경영자)들은 쏟아지는 E메일 보고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LG화학 노기호 사장은 자정이 넘어 문서를 승인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는 것이 한 직원의 설명이다.
때문에 요점을 뽑아 보고하는 등 문서의 주요내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이자 "예의"라는 게 CEO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삼성SDS 김홍기 사장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30초 동안이라도 요점을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맥킨지컨설팅의 비결"이라며 "E메일로 보고할 경우엔 아무리 복잡한 사안이라도 요점을 간추려 보고할 수 있는 스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