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위원회 기자실.

''분식회계 근절방안''에 대한 금융감독 당국의 종합대책이 발표됐다.

수십명의 기자들이 몰려들고 각 방송국에서도 빠짐없이 카메라를 보냈다.

만연된 국내기업의 부실.분식회계와 그 대책에 대한 관심사를 반영하기에 충분한 취재 열기였다.

때마침 현대건설의 회계 감사 결과가 2조9천억원의 적자로 나타난 직후이기도 했다.

사전 준비된 대책 발표는 황인태 전문심의위원이 먼저 맡았다.

발표가 끝나자 기자들의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작업이 끝난 12월 결산법인과 (이번 대책을 보고 앞으로 작성할) 6월 결산법인의 형평성은 어떻게 되나"

쏟아진 질문에는 이처럼 이날 대책이 발표되기 전에 결산보고서 작성을 끝낸 기업과 앞으로 결산서를 낼 기업의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렸다.

더구나 대책마련이 즉흥적이었던 것도 아니고 몇달간 시간을 끌어와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

황 위원의 답변이 명쾌하지 않게 들리자 다른 간부들이 단상 마이크 앞으로 잇달아 나왔다.

그러나 쏟아지는 질문중 본인 소관 업무에만 답하고 모두 옆으로 비켜갔다.

이렇게 해서 설명회장 마이크 앞에 선 간부는 이태규 조사연구국장, 유흥수 공시감독국장, 최진영 회계제도실장, 박창규 검사제도팀장, 정용선 조사감리실장 등 모두 6명.

이들의 곁에는 한 팔로 껴안기에는 벅차 보일 정도로 두툼한 자료를 든 실무자들까지 늘어서 있었다.

대책 자체만 하더라도 모호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권유'' ''유도'' ''조정'' ''강화'' 등 이런 용어들에 대한 시비까지 겹치면서 기자들의 불평이 터져 나왔다.

결국 강권석 금감위 대변인이 끼어들었다.

"학생(기자)보다 선생(금감원 설명자)의 준비가 부족한 것 같다"

강 대변인이 오후에 보충 자료를 내겠다고 선언한 다음에도 북새통은 계속됐다.

이근영 금감위원장도 설명회장의 우왕좌왕한 풍경을 측근에게서 전해 듣고 쓴웃음을 지었다.

몇달간씩이나 검토와 준비를 거듭해 왔다는 이번 대책이 과연 부실회계를 줄일 것인지 의심이 드는 순간이었다.

허원순 경제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