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셀"(The Cell.감독 타셈 싱)은 시각적으로 상당히 흥미로운 영화다.

인간 무의식의 세계를 무대로 삼은 영화는 소름이 돋을 만큼 현란한 이미지의 향연을 펼쳐보인다.

강렬한 색채대비가 인상적인 첫장면에서 시작해 스크린속에 형상화된 추상의 세계는 믿지못할 정도로 아름답고 환상적이며 때론 놀랍도록 기괴하고 엽기적이다.

기둥줄거리는 여류 심리학자(제니퍼 로페즈)가 연쇄 살인범의 무의식에 들어가 유괴된 여인의 행방을 알아낸다는 것.

하지만 이야기는 압도적인 비주얼을 빛낼 들러리다.

범인의 정체를 서둘러 드러낸 영화는 희귀한 정신분열증에 시달리는 살인마의 머릿속을 보여주는데 주력한다.

박제된 여체로 가득찬 그로테스크한 미궁은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화속에 빨려든 듯한 현기증을 안긴다.

고딕풍의 화려한 의상도 기이함을 더한다.

하지만 "시각적인 새로운 경험"을 제하고 나면 영화적 재미는 금방 동이 난다.

범죄 미스테리다운 촘촘하게 짜여진 구조나 치밀한 두뇌싸움을 기대하기엔 이야기틀이 퍽이나 빈약하다.

얼터너티브 락그룹 R.E.M의 "Losing My Religion"의 뮤직비디오를 찍었던 타셈 싱 감독이 장편영화에 처음으로 도전했다.

28일 개봉.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