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청장을 지낸 교통부 출신의 전직관료가 ''와인 전도사''로 변신했다.

도로와 철도를 닦고 항만을 건설하던 경력과는 어울리지 않게 달콤하고 부드러운 와인의 세계를 가르치는 와인학교를 연 것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보르도 와인 아카데미''를 연 최훈(64) 원장이 그 주인공.

철도와 항만을 건설할 때 쏟아부었던 거친 열정이나 와인을 접할 때 받는 부드러우면서도 진한 감동이 일맥상통한다는 게 그의 포도주 예찬론이다.

최 원장이 와인과 인연을 맺은 것은 30여년 전.

교통부 공무원이던 1967년 프랑스로 해외연수를 나가 호텔경영 과정을 이수하던 중 와인의 세계에 푹 빠졌다.

그는 호텔경영을 배우기 위해 르그랑호텔과 중부 온천지대 비시의 알버트4세호텔,니스의 네그레스크호텔 등에서 연수를 받았다.

이때 그는 본격적으로 와인 수업을 받았고 언젠가 한국에 와인문화를 전파하는 학교를 세우겠다는 꿈도 갖게 됐다.

하지만 공직자에게 와인에 대한 사랑은 ''가지 못한 길''일 수밖에 없었다.

철도청장을 끝으로 1994년 8월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한진교통물류연구원장 등을 맡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러나 그는 마침내 30여년간의 꿈을 지난달 실행에 옮겼다.

와인 아카데미를 열고 2개월 코스의 첫 강좌를 개설했다.

"첫 사랑을 잊지 못해 평생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순정파가 더러 있지 않습니까.

와인에 대한 제 애착이 그랬던 것같아요"

최 원장은 와인학교를 열고 나니까 이제야 사는 것같다고 한다.

와인 아카데미에는 현재 특급호텔 직원 25명이 수강하고 있다.

포도주 감별법은 물론 포도주의 유래와 역사,포도주와 관련된 세계 각국의 전통과 행사,유수 호텔의 와인서비스 사례 등을 가르친다.

특히 프랑스 보르도의 와인스쿨과 제휴,현지 교수들이 한국에 와 직접 강의와 실습을 한다.

최 원장의 계획은 와인 아카데미를 국내 ''와인문화의 본산''으로 키우는 것.

그는 "한해 1백명 정도씩 와인 전문가를 키워 내면 판매자 중심인 우리나라 와인 시장을 소비자 중심으로 바꿀 수 있다"며 "세계적으로 과격한 우리나라의 음주문화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와인전문가를 많이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