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멘트는 비온 뒤 땅이 오히려 굳어진 대표적인 기업중 하나다.

지난96년 덕산그룹 부도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광주지역 중견기업이었다.

고려시멘트는 보증선 덕산그룹이 도산하자 고스란히 그 부채를 떠맡아야 했다.

당시 회사의 자산총액은 2천2백억원.

반면 보증부채는 1조2천억원에 달했다.

보증때문에 부도를 낸 첫 상장사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기업부도라는 모진 시련속에서 고려시멘트는 이제 전혀 새로운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고려시멘트는 금호타이어,보해와 함께 광주지역의 대표적인 기업이었지만 종업원들은 사주의 권위적 경영형태에다 업계평균 70%의 저임금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사주 1인중심의 경영진이 물러난 뒤 고려시멘트는 1인당 매출액이 2억원으로 늘어나는등 외형 성장을 이뤘다.

영업이익도 꾸준히 향상해 95년 50억에서 지난해에는 1백71억으로 늘어났다.

종업원과 관리인이 한데 뭉쳐 회사 회생에 매진해온 결과였다.

그 토대에는 끈끈한 노사관계가 뒷받침됐다.

부도이후 법원은 고려시멘트의 회생가능성이 없다며 회사정리절차에 들어가는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97년에는 IMF체제에 들어가면서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직원들은 회사회생 가두서명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납품업체를 방문하는 등 기업회생에 적극 나섰다.

법정관리인인 오동섭 회장도 취임이후매월 경영실적을 배포하는 등 투명경영에 앞장섰다.

고려시멘트 직원들은 부도의 위기를 극복하고 되살아난 회사에 대해 강한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

수렁에 빠진 회사를 건져내면서 주인의식이 자리했고 경영자와 종업원은 적대적 관계가 아닌 함께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할 대상이라는 인식을 체득한 것이다.

지난98년 대한경영학회 경영자대상을 수상했던 오동섭 회장은 "노사화합의 필요성을 직원 모두가 절감했기에 고려시멘트의 노사관계는 타사와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며 "이를 바탕으로 회사를 경쟁력있는 21세기의 대표주자로 가꿔나갈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광주=최성국 기자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