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민간레벨에서 대북사업을 힘들게 추진해온 기업의 북한전문가들은 남북공동선언을 계기로 사업여건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면서 평양회담성과를 누구보다 환영하고있다.

이들은 한편으론 "앞으로 정부차원에서 경협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작업과 개별기업의 비즈니스 성과는 별개"라면서 "대북투자는 특히 인내심과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남쪽 기업들중에서 대북사업을 가장 활발하게 추진해온 현대 삼성 LG의 실무전문가들로부터 대북사업의 경험과 충고,향후 전망등을 들어본다.

<>현대 아산 김고중 부사장 =남북 정상이 만나 5개항의 공동선언에 합의함으로써 민간의 대북사업이 한 단계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민간의 대북접촉은 중개인을 통하는 등 은밀하고 사적인 경로를 통했던 만큼 정보 공유가 어려웠다.

남북경협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상호간의 깊은 불신이 여전하기때문에 충분한 접촉과 대화가 필수적이다.

북한측과 의기투합해 원론적인 합의가 이뤄졌다해도 실무과정에서는 많은 문제에 부딪히는 것이 대북사업의 특징이다.

서두르지 말고 공을 많이 들일 것을 권고한다.

남북간 체제가 다른 만큼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기본인식에 큰 차이가 있다.

실무적으로 관련기관들의 동의가 없이는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

<>박영화 삼성전자 부사장 =대북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인내력이 필요하다.

갑자기 서두른다고 해서 단시일내 결실를 얻을 수 없다.

대북 사업 초기에는 북한에서 필요로 하는 유망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작업을 벌여야 한다.

아이템이 결정되면 협상 파트너를 찾고 합일점을 찾을 때까지 진지하게 협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북측과 계약을 맺을 때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물론 계약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의견차가 생길 수 있다.

이런 때는 추가 계약을 통해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

대북 사업을 벌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는 것과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홍지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북한실장 =북한을 일시적인 돈벌이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금물이다.

노후설비나 제공하고 값싼 노동력에 눈독을 들이는 우리끼리 사고 파는 식의 임가공은 바로 한계에 부딪칠 것이다.

정부도 기업들이 자체 판단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남한 기업의 전진배치는 시장경제를 북한에 전파하여 궁극적으로 경제공동체의 회복을 촉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산업분야별로 전문기업끼리 묶어서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과당경쟁을 방지하는 것도 방법이다.

북한의 실상을 정확하게 인식한 바탕 위에 현실적인 대안을 준비하는 것이 정도다.

<>이종근 LG상사 지역개발팀장 =북한 진출을 위해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북한에 대한 정확한 실태파악이다.

현재 국내에는 북한 기간산업에 대한 조사자료가 거의 없다.

북한은 시장이 없는 상태다.

시장이 형성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안목과 계획을 갖고 진출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아 당장의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국내기업들의 경쟁과열이 우려된다.

정부 주도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국내에 기반을 두고 사업을 확대,확충하는 차원에서의 북한진출을 고려해야한다.

지금까지 이뤄져오던 북한과의 경험은 임가공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높은 물류 비용 부담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으므로 전면적인 사업이전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북한의 인프라 구축 정도를 봐가며 진출을 꾀해야 할 것이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