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아시아국가들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대폭 둔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아시아국가들의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아 미국의 경기위축은 곧바로 이들 국가의 수출감소로 이어져 "경기위축 도미노현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 본부를 둔 SG증권은 2일 고금리와 고유가로 미국의 내년 성장이 당초 예상했던 3%에 못미치는 2.6%선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미경기 급랭으로 아시아 각국의 경제성장률을 당초 예상보다 하향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발표된 5월중 미국 자동차 판매동향은 세계 최대 자동차메이커인 GM의 판매량이 전월보다 5.8%,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무려 17.8% 감소하는 등 전체 판매지수가 2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또 금리인상에 따른 신용카드이자율 상승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가 경기팽창기이후 처음으로 "2개월 연속 위축됐다"는 분석(뱅크오브아메리카증권)도 나오는 등 미국의 경기위축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SG증권은 아시아국가중 홍콩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자국통화가 달러화에 고정되어 있어 미 금리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데다 중국의 대미수출감소가 소비와 투자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SG측은 이에따라 한국의 내년 예상성장률이 당초의 6.3%에서 5.8%로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홍콩성장률도 4.8%에서 3.8%로 하향 수정했다.

최악의 경우 1.5%선까지 떨어질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콩은 중국의 대미수출증대에 힘입어 지난 1.4분기중 아시아국가중 가장 높은 14.3%의 성장을 기록했다.

정국이 불안하고 금융 외환시장이 아직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도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1.4분기중 필리핀이 3.4%, 인도네시아가 3.2% 성장에 그치는 등 양국은 아시아권에서 성장률이 가장 낮다.

SG측은 심각한 정정불안을 보이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내년뿐 아니라 올해 성장률도 당초 4.6%에서 4.0%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1.4분기중 빠른 성장세를 보인 대만과 싱가포르도 대미 전자제품수출 의존도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성장률이 하향조정됐다.

마누 바스카란 SG증권전략본부장은 "미국의 수요감소로 싱가포르에 있는 디스크드라이브공장이 다른 국가로 이전될지 모른다"며 싱가포르의 내년 성장률을 7.1%(당초 7.7%)로 낮췄다.

6.3%로 예상했던 대만은 최저 4.5%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 최근들어 이미 미국의 컴퓨터 전자제품주문이 크게 감소하고 있는 태국은 내년 예상성장률이 5.9%에서 5.1%로 낮춰졌다.

말레이시아는 7.9%에서 7.3%, 인도는 7.4%에서 7.0%로 각각 수정됐다.

SG측은 그러나 중국의 경우 대미수출이 상당한 타격을 받겠지만 내수시장이 활성화될 것이기 때문에 당초 전망치였던 7.8%를 수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육동인 기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