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도 국제금융시장은 미국 주가에 의해 환율 금리와 같은 여타 금융변수의 움직임이 좌우된 한주였다.

당분간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주 최대관심사는 11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있을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IBRD) 춘계회의다.

특히 주요 안건으로 잡혀 있는 IMF 개편안에 대해 회원국들이 무엇을 논의하느냐가 향후 국제금융시장을 읽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줄 것으로 보인다.

1944년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을 기할 목적으로 창설된 IMF는 8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어느 국제기구보다 주워진 역할을 잘해온 것으로 평가받았다.

당시까지 국제간 자금흐름은 독일과 일본의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분 중동의 오일머니가 국제금융시장에 재환류되는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했다.

대부분 이들 자금은 실물과 연계된 자금이다.

이에 따라 한국과 같은 개도국에 유입돼 유입국내의 투자환경 변화와 관계없이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었기 때문에 개도국의 경제발전에 상당한 도움을 주었다.

이런 환경하에서 IMF는 당연히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90년대 들어 국제간 자금흐름의 성격이 바뀌면서 IMF는 점차 무기력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90년대 이전까지 국제간 자금흐름을 주도했던 실물과 연계된 자금은 2선으로 후퇴했다.

대신 헤지펀드를 비롯한 국제투기자금들이 전면에 등장했다.

헤지펀드는 단순히 금융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들의 기금(fund)이라는 점에서 이전의 자금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다시 말해 헤지펀드는 자신을 믿고 맡긴 투자자와의 신뢰유지를 위해 "투자이익 극대화" "비용 최소화" "투자위험 민감화"라는 3대 원칙으로 자금을 운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따라 헤지펀드는 투기적이며 군집성을 띠면서 시장교란적인 성격으로 변했다.

반면 냉전 종식 이후 국제관계가 세계 각국의 경제실리 추구에 의해 좌우됨에 따라 재원확보가 어려워졌다.

더욱이 개도국들의 잇달은 금융위기로 있는 재원마저 고갈됐다.

IMF가 무기력 증세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이때부터 IMF의 개편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일부 급진파들은 차제에 IMF를 대체할 새로운 세계금융기구(WFA)를 창설하자는 안도 제시했다.

최근에는 단기성 자본에 대한 규제책을 마련해 가면서 재원을 확충하고 재원지출은 단기지원에만 국한시켜 IMF의 기능을 강화하자는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태다.

이번 총회에서도 이런 각도에서 보완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앞으로 IMF는 국제금융시장 안전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앞으로 국제간 자금흐름은 두가지 커다란 줄기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헤지펀드를 비롯한 국제투기자금이 당분간 지속적인 활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 효과적인 규제책이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지식과 정보,인적자원까지 체화(embodied)된 이른바 젤리형 자금(jelly money)이 시간을 갖고 국제간 자금흐름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젤리형 자금이 주도권을 잡으면 세계경제는 경기순환 주기가 짧아지고 진폭이 줄어들면서 안정성장을 구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이 자금을 받느냐 여부에 따라 국가간 혹은 한 국가내에서 계층간의 빈부격차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21세기 세계경제 최대현안으로 남북문제를 꼽고 있는 것도 이런 각도에서 이해된다.

결국 외형상으로는 세계경제나 국제금융시장이 그럴 듯해 보인다 하더라도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불안요인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로 거시적인 측면만 다뤄온 IMF가 이런 환경에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현 시점에서 IMF의 보다 근본적인 개혁이 요구되는 것도 이런 연유 때문이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