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K씨는 중소도시 도로변에 즉석 소시지전문점을 창업했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소시지와 달리 방부제 등을 일절 넣지 않고 손님이 보는 앞에서 즉석으로 소시지를 만들어 파는 업종이다.

기계는 한평 정도의 공간이면 충분히 설치할 수 있고 이동도 가능하다.

양파 파 마늘 간장 등을 양념해 재운 고기를 기계에 넣으면 반죽에서 꼬임까지 자동으로 이뤄진다.

점포 구입비를 제외하고는 투자비가 1천만원 이내로 적게 드는데다 즉석 소시지 제조.판매사업이 선진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인근에는 팬시점 문구점 세탁소 약국 양품점 아동복전문점 안경점 부동산 중개업소 등이 있었고 K씨의 점포가 흡수할 수 있는 가구수는 약 3천가구 정도였다.

사업 초기 자녀 도시락 반찬용 등으로 관심을 보인 주부들 덕에 하루 7만원선의 매출을 올렸다.

객단가가 5천원선이었으나 시식회 사은품 증정 등 행사를 하는 날은 20만원대까지도 가능했다.

그러나 날씨가 더워지면서 매출이 뚝 떨어져 하루 5만원을 밑돌기 시작했다.

재료비와 점포비 등 비용을 제하고 나면 인건비 정도를 버는 셈이었다.

급격히 줄어든 매출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K씨는 결국 오픈 7개월만에 가게를 정리했다.

K씨가 이 사업에서 실패한 이유는 우선 너무 앞서간 업종을 택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건강 즉석식품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다.

우리에게 생소한 고급식품에 대해서 홍보를 하려면 시식회와 같은 다양한 이벤트를 자주 열어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했다.

대중적이지 않은 품목으로 전문점을 열었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소시지가 우리나라의 콩나물 두부 만큼이나 일상적인 식품이지만 국내에서는 도시락 반찬 외에 수요가 많지 않은 편이다.

따라서 웬만한 입지에서는 매출을 올리는데 한계가 있다.

상권을 너무 좁게 잡은 것도 지적사항이다.

대형 백화점이나 할인점 식품 매장 정도에 입점해야지 동네상권에서는 충분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주변업종과의 조화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식품은 정육점이나 반찬가게 생선가게 등 다른 식품전문점과 함께 모여 있는게 유리한데 공산품을 판매하는 점포들과 섞여 있어 고객들이 선뜻 가게에 다가가지 못했다.

학교 급식의 보급도 매출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요즘에는 초등학교는 물론 중학생들까지 도시락을 안 가져가기 때문이다.

고객들에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을 사갈 것을 권한 것도 좋지 않았다.

소시지 1백g가격이 1천5백원이었는데 K씨는 많이 팔 욕심으로 고객들에게 1주일치분의 구입을 권하곤 했다.

고객들이 한두번은 호기심으로 K씨의 권유를 들어줬지만 자주 먹는 식품이 아니다보니 냉장고에 오랫동안 넣어뒀다가 버리게 되는 일이 생기게 됐다.

그 결과 상당수 고객이 즉석 소시지 자체에 대해서 싫증을 느끼고 다시는 구입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천리안 GO LK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