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한 마음으로 경제 위기의 징후에 대한 진솔한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서영훈 대표의 말대로 기자회견장에서 당 지도부는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지었다.
기자회견의 핵심 내용은 경제위기를 불러온 주범인 한나라당이 책임을 통감하기는커녕 경제위기를 부추겨 해외투자가들의 불안을 자초,주가가 하락하는 등 우리 경제에 적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
서 대표는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횡포와 견제로 수많은 개혁 과제를 수행하지 못했는데 이를 더 늦추면 우리나라가 언제든지 "제2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여당을 지지해달라는 호소를 끝으로 기자회견문 낭독을 마쳤다.
그러나 경제위기의 구체적 징후를 설명해달라는 질문이 나오자 순간 기자회견장은 찬물을 끼얹은 분위기가 됐다.
회견장은 순간적으로 조용해졌고 머뭇거리던 서영훈 대표가 답변하려 하자 이인제 위원장이 "정책위 관계자는 없느냐"며 뒤를 둘러봤다.
이재정 정책위의장은 곤혹스런 표정으로 이 위원장의 눈길을 외면했다.
어색한 침묵을 깨고 서 대표가 "국민의 정부가 어려워지면 외국자본이 들어오지 않고 대외신인도가 떨어진다"고 답변했다.
이인제 선대위원장도 경제의 성장과 발전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붕괴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고 거들긴 했지만 끝내 기대했던 위기징후에 대한 "진솔하고 구체적인" 설명은 아무도 하지 못했다.
김한길 선거기획단장은 국제신용등급 하향 조정 등 구체적 움직임이 있느냐고 다그치자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국정에 무한책임을 진 집권당이 경제위기를 걱정하면서 정쟁 자제를 촉구한 것에 대해 이의를 달기는 어렵다.
그러나 선거를 목전에 두고 여당 대표가 위기론을 전면에 부각시키면서 구체적 징후조차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 것은 책임있는 태도로 보기 어렵다.
야당이 무책임하게 위기를 조장했다고 비난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의 이런 태도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여당은 정경유착 근절과 구조조정 등으로 우리 경제가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체질이 강화됐다고 홍보해 왔다.
그러나 선거전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여당은 선거결과가 경제위기로 까지 연결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뇌부가 기자회견을 하면서 이에 대한 충분한 논리적인 설명이 없었다는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김남국 정치부 기자 nkkim@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