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정주영 명예회장의 교통정리로 현대가(家)의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됨에 따라 정몽구.정몽헌 두 형제 회장간의 계열사 나누기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구조조정위원회가 지난해 공표했듯 자동차 건설 전자 중공업 금융.서비스 등 5개 소그룹화가 최종 목표다.

정 명예회장이 내린 결론이다.

정몽헌 회장은 그룹 회장으로 정 명예회장이 만든 그룹 로고(산이 두개 겹친 형태)를 이어받게 됐고 정몽구 회장은 "H"자를 둥글게 형상화시킨 자동차 로고를 붙인채 그룹에서 분가하게 된다.

두 사람이 그룹 공동회장 체제를 갖춘지 2년2개월만이다.

<> 분가 구도 =현대는 그룹을 자동차 건설 전자 중공업 금융.서비스 등 5개 소그룹으로 쪼개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펼치게 된다.

현대 고위 관계자는 "이미 각 계열사간 지급보증은 완전 해소됐다"며 "당초 6월말로 돼 있던 자동차 소그룹 분리 시점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몽헌 회장은 건설 전자 소그룹 외에 금융을 손에 넣어 3개 소그룹을 휘하에 두게 됐다.

그룹의 모기업인 현대건설과 남북경협을 관장하는 현대아산까지 확보, 현대의 "적통"을 잇는다는 상징성까지 손에 넣게 됐다.

정몽구 회장은 자동차 소그룹을 경영하게 됐다.

자동차 소그룹에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물론 자동차부품사인 현대정공 한국DTS 케피코, 금융계열사인 현대캐피탈 등 6개사가 포함된다.

현대강관은 매각절차를 밟고 있다.

고려산업개발은 현대자동차가 대주주이긴 하나 정 명예회장의 4남인 고 정몽우씨의 몫으로 구분된다.

몽우씨의 처남인 이진호씨가 이 회사 회장에 임명된 것이 그런 맥락이다.

중공업 소그룹은 현대중공업 미포조선 등 2개사로 6남인 정몽준 의원 몫으로 남게 됐다.

현대 관계자는 "외견상 정몽구 회장이 그룹의 일부만을 떼내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자동차 소그룹의 외형은 약 40조~45조원으로 정몽헌 회장 계열사와 같다"며 "결과적으로 재산분배가 황금분할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 계열분리에 따른 극복과제 =분가 구도는 정해졌지만 계열분리와 분리후 독자생존을 위해서는 몇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계열분리의 방법이다.

정몽구 회장이 자동차소그룹을 맡았지만 현대자동차에는 현대중공업(6.77%)과 현대건설(2.76%)이 주요 주주로 남아 있다.

정몽헌 회장측과 주식을 교환하면 되지만 현대자동차가 다른 회사에 출자해 놓은 것이 별로 없다.

정몽구 회장 개인 재산이 동원돼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의 자본금은 1조3천7백억원 규모.

이 또한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계열분리가 돼도 현대자동차는 세계 자동차업계의 기업인수합병(M&A) 바람에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

주요 주주인 미쓰비시자동차(4.02%)는 다임러크라이슬러와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대우자동차를 단독 또는 합작으로 인수하지 않으면 내수시장에서부터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몽구 회장이 현대증권에 관심을 가져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날 그가 정 명예회장의 교통정리를 순순히 받아들인 이면에 "두 회장간 모종의 합의가 있었을 것", "정 명예회장이 정몽구 회장에게 추가 지원을 약속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정몽헌 회장으로서도 가장 덩치가 큰 자동차를 자신의 영역에서 떼낸다는 것이 아쉬울 수 있다.

현대상선 현대증권 등 수익성 좋은 회사가 있지만 현대건설의 경영상태가 썩 좋은 편이 아니고 LG반도체를 인수한 현대전자의 시너지효과도 당장 나타나는게 아닌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정 명예회장이 단단하게 일궈놓은 현대의 이미지를 2세들이 어떻게 이어가느냐는 것이다.

그만큼 경영권 분쟁이 사회에 남긴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김정호 기자 jhkim@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