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서면 정말 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관객과 눈을 맞추고
호흡을 함께하는 생생한 느낌이 연극의 가장 큰 매력인것 같습니다"

지난 12월 28일 연극 "통일익스프레스"(연출 이상우)의 옥화역으로 99신인
연기자상을 수상한 전혜진(24)씨.

연극판의 새내기인 전씨가 "연극예찬론"을 펴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는 최근 개봉을 앞두고 있는 "거짓말"과 "행복한 장의사"에서 각각
"우리역"과 다방레지 "춘자"역으로 출연했다.

신출내기 배우답지 않게 연극과 영화를 오가며 두 장르를 비교체험한
셈이다.

"영화는 순간의 감정과 표현이 중요시되는 장르라서 자꾸 반복하면 쉽게
싫증나는데 비해 연극은 똑 같은 대사를 수백번씩 되내여도 매 순간 다른
느낌이 들어 전혀 지겹지가 않습니다"

그에게 신인상을 안겨준 "통일익스프레스"는 군사분계선에 자리한 음식점
"조통면옥"에서 통일을 두고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세태풍자극.
분단현실을 다룬 이 작품은 지난해 3~6월 대학로 정보소극장무대에 올라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전씨는 통일반대 세력에게 이용당하는 조통면옥의 점원 옥화로 출연해 맑고
순수한 이미지의 북한처녀역을 선보였다.

연극은 그에게 세상을 보는 또다른 창이기도 하다.

그는 한때 또래의 아이들처럼 사회문제에 별반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세태를 풍자한 무대에 서면서부터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

지난 98년에 데뷔작으로 공연했던 "비언소"도 세상을 변소한 풍자한
작품이었다.

"연극은 제게 연기의 재미와 세상을 보는 안목을 동시에 안겨줬습니다.
아직 칭찬보다는 야단을 많이 맞는 신출내기지만 연기가 절 자유롭게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 김형호 기자 chs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