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기술자" 이근안 전 경감은 경찰의 대공업무 최고 책임자였던
박처원(72) 전 치안감의 조직적인 지원속에 도피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의 도피행적 등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강력부(문효남 부장검사)는
15일 박 전 치안감이 이씨에게 도망갈 것을 지시하고 10년 10개월간의
도피생활중 자금제공 등 조직적으로 뒤를 봐준 사실이 드러나 이날 박 전
치안감을 소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씨와 부인 신모씨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이같은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치안감은 지난 88년 12월24일께 당시 치안본부
대공수사1단 소속 백남은(64) 전 경정 등과 함께 잠적중이던 이씨를
수원에서 만나 "언론에 계속 보도되고 있으니 일단 피하라"며 도피를
지시했다.

박 전 치안감은 또 이씨가 서울 동대문구 자택에서 숨어지내던 지난
97년 12월께 부인 신모씨에게 도피자금 1천5백만원을 제공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 전치안감은 지난 87년 1월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축소한
혐의로 96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이에 앞서 이씨가 도피생활을 하던 초기 시절 동료 경찰관들이
이씨의 가족들에게 생활비조로 매달 수십만원씩 제공한 사실도 밝혀냈다.

검찰은 그러나 이씨의 도피생활이 장기간에 걸친 점으로 미뤄 다른 경찰
고위간부 및 안기부 관계자들의 도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ked.co.kr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