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독서에세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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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환 < 한국은행 총재 >
[ 도서명 :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History of the Peloponnesian War
(by Thucydides, translated by Rex Warner, Penguin Books,
1972) ]
-----------------------------------------------------------------------
이탈리아 사학자 B.크로체(1866~1952)는 "모든 역사는 현대사다"
(자유지향사론, 1941, 19쪽)라고 정의했다.
역사가 결코 반복되지는 않지만 역사를 사실 기술만으로 인식해서는 안되며,
현재 상황에 비추어 과거역사를 재해석하고 과거역사에 비추어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배워야 한다는 의미로 널리 인용되는 역사학의 경구이다.
필자는 어려움을 당할 때마다 크로체의 역사 정의에 따라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보는 버릇이 있다.
지난 9월말 IMF.IBRD 연차총회에 참석하던 도중 전혀 사실과 다른 통화긴축
시사 발언에 대한 언론의 보도로 우리 금융시장의 혼란이 초래되고 필자
자신이 곤경에 처한 적이 있다.
이때 필자는 이를 거듭 해명하면서 30여년전부터 읽고 또 읽었던 역사책
펠로폰네소스 전쟁사(431~404B.C.)를 구입해 밤늦게까지 다시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늘을 사는 지혜의 부족을 통감했다.
이 책은 번역서 서문을 쓴 M.피니의 표현을 빌리면 단순한 전쟁사가 아니고
기원전 5세기 그리스에 관한 신뢰할 만한 역사지식의 보고다.
때문에 컬럼비아대학의 문명론 강좌에서는 성서, 아리스토텔레스의
리코마쿠스 윤리학, 플라톤의 국가론 과 함께 4대 필독 고전이기도 하다.
그러나 감히 역사학자도 아닌 필자가 이 책의 서평에세이를 쓰는 것은
옛날 읽을 때와 지금 읽을 때의 감회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외에 그리스 통화제도뿐만 아니라 여러
사료가 있다.
특히 감동을 주는 부문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스파르타에게 패배한
전몰장병에 대한 아테네의 정치지도자 페리클레스(Pericles)의 추도사다.
이 추도사는 역사적 자료로서 뿐만 아니라 문학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고대 민주주의 선언과 건전한 민주시민의 생활태도에 대한 지침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 평가가 대단하다.
페리클레스는 현대사회에 있어서 우리가 지켜나가는 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민주제도의 내용을 제시했다.
국가제도는 소수가 아니라 다수를 위해 통치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민주정치
라고 부른다.
또 모든 사람은 법률 앞에 평등한 권리를 누리는 반면 공직 취임에 있어서는
그가 속한 신분이 아니라 각자가 지닌 능력에 따라 우대를 받는다.
그는 훌륭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 가난하기 때문에 국가에 봉사할 기회를
얻지 못해서는 안된다고 설파했다.
나아가 시처럼 아름다운 민주시민의 생활철학도 가르쳤다.
"우리는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되 사치에 흐르지 않으며, 지혜를 사랑하되
나약해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또한 부를 자랑거리가 아니라 행동의 기회로
알고 활용합니다. 가난을 시인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나 빈곤을
타파하기 위해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우리는 정책을 스스로 창안하거나 그것을 올바르게 결정하는 데 참여합니다.
행동에 지장이 되는 것은 토론이 아니라 행동하기 전에 토론을 통해 미리
가르침을 받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행동으로서 자신의
용감성을 보여준 영예로운 전몰장병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는... 한사람이
말을 잘 하거나 잘못함으로써 많은 사람의 용기와 신념에 위해를 가해서는
안됩니다"
마치 필자와 워싱턴 발언을 왜곡한 언론인에 대한 경고처럼 느껴진다.
이를 읽고 또 읽으면서 내일을 기약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문명사의 한 줄기를 담당하는 앞선 분들의 이상이 아직 우리에게 살아있기
때문이다.
페리클레스의 추도사는 결코 아테네 전몰장병을 위로하는 단순한 조사가
아니다.
불란서 혁명사나 미국 독립선언서 못지 않게 수많은 사람의 희생의 대가로
얻은 민주주의 선언이며 민주시민이 양심과 행동으로 지켜야 할 장전이다.
우리 모두 두고두고 새겨두어야 하지 않을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1일자 ).
[ 도서명 :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History of the Peloponnesian War
(by Thucydides, translated by Rex Warner, Penguin Books,
19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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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사학자 B.크로체(1866~1952)는 "모든 역사는 현대사다"
(자유지향사론, 1941, 19쪽)라고 정의했다.
역사가 결코 반복되지는 않지만 역사를 사실 기술만으로 인식해서는 안되며,
현재 상황에 비추어 과거역사를 재해석하고 과거역사에 비추어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배워야 한다는 의미로 널리 인용되는 역사학의 경구이다.
필자는 어려움을 당할 때마다 크로체의 역사 정의에 따라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보는 버릇이 있다.
지난 9월말 IMF.IBRD 연차총회에 참석하던 도중 전혀 사실과 다른 통화긴축
시사 발언에 대한 언론의 보도로 우리 금융시장의 혼란이 초래되고 필자
자신이 곤경에 처한 적이 있다.
이때 필자는 이를 거듭 해명하면서 30여년전부터 읽고 또 읽었던 역사책
펠로폰네소스 전쟁사(431~404B.C.)를 구입해 밤늦게까지 다시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늘을 사는 지혜의 부족을 통감했다.
이 책은 번역서 서문을 쓴 M.피니의 표현을 빌리면 단순한 전쟁사가 아니고
기원전 5세기 그리스에 관한 신뢰할 만한 역사지식의 보고다.
때문에 컬럼비아대학의 문명론 강좌에서는 성서, 아리스토텔레스의
리코마쿠스 윤리학, 플라톤의 국가론 과 함께 4대 필독 고전이기도 하다.
그러나 감히 역사학자도 아닌 필자가 이 책의 서평에세이를 쓰는 것은
옛날 읽을 때와 지금 읽을 때의 감회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외에 그리스 통화제도뿐만 아니라 여러
사료가 있다.
특히 감동을 주는 부문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스파르타에게 패배한
전몰장병에 대한 아테네의 정치지도자 페리클레스(Pericles)의 추도사다.
이 추도사는 역사적 자료로서 뿐만 아니라 문학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고대 민주주의 선언과 건전한 민주시민의 생활태도에 대한 지침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 평가가 대단하다.
페리클레스는 현대사회에 있어서 우리가 지켜나가는 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민주제도의 내용을 제시했다.
국가제도는 소수가 아니라 다수를 위해 통치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민주정치
라고 부른다.
또 모든 사람은 법률 앞에 평등한 권리를 누리는 반면 공직 취임에 있어서는
그가 속한 신분이 아니라 각자가 지닌 능력에 따라 우대를 받는다.
그는 훌륭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 가난하기 때문에 국가에 봉사할 기회를
얻지 못해서는 안된다고 설파했다.
나아가 시처럼 아름다운 민주시민의 생활철학도 가르쳤다.
"우리는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되 사치에 흐르지 않으며, 지혜를 사랑하되
나약해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또한 부를 자랑거리가 아니라 행동의 기회로
알고 활용합니다. 가난을 시인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나 빈곤을
타파하기 위해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우리는 정책을 스스로 창안하거나 그것을 올바르게 결정하는 데 참여합니다.
행동에 지장이 되는 것은 토론이 아니라 행동하기 전에 토론을 통해 미리
가르침을 받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행동으로서 자신의
용감성을 보여준 영예로운 전몰장병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는... 한사람이
말을 잘 하거나 잘못함으로써 많은 사람의 용기와 신념에 위해를 가해서는
안됩니다"
마치 필자와 워싱턴 발언을 왜곡한 언론인에 대한 경고처럼 느껴진다.
이를 읽고 또 읽으면서 내일을 기약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문명사의 한 줄기를 담당하는 앞선 분들의 이상이 아직 우리에게 살아있기
때문이다.
페리클레스의 추도사는 결코 아테네 전몰장병을 위로하는 단순한 조사가
아니다.
불란서 혁명사나 미국 독립선언서 못지 않게 수많은 사람의 희생의 대가로
얻은 민주주의 선언이며 민주시민이 양심과 행동으로 지켜야 할 장전이다.
우리 모두 두고두고 새겨두어야 하지 않을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