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채권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한국증시가 불안한 미국증시에 발목이
잡혔다.

이제나 저제나 조정장세의 끝을 기다려온 투자자들도 다시 맥을 놓고 있다.

그러나 증시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이 심각할 정도로 비관적이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변수인 대우채권문제는 해결의 방향을 잡은 상태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다우지수 10,000선이 붕괴될 수도 있지만
미국에 몰린 자금이 아시아로 분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충격을 주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전저점(791.55)을 크게 밑돌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 권영건 대유투자자문사장 =미국시장의 움직임은 단기적으로는 악재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호재다.

미국의 애널리스트들이 최근 내놓은 리포트를 보면 미국과 영국의 투자비중
을 축소하고 일본과 아시아지역에 투자를 늘릴 것을 권유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이같은 움직임을 재촉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인위적이긴 하지만 증시환경은 매우 좋은 편이다.

저금리기조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기업들의 수익은 사상최대치다.

상황으로만 보면 매우 매력적이다.

며칠동안 나타난 주가하락은 심리적 영향이지 시장 상황의 변화에 기인하는
게 아니다.

따라서 대우문제가 효율적으로 해결되고 한국의 신용등급이 올라가 불안심리
가 가신다면 이른 시간안에 반등할 수 있다.

미국의 주가하락은 오히려 국내증시의 수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재료로
작용할 수도 있다.

<> 강성모 동원경제연구소 시황팀장 =조정의 기간은 미국 주가에 달렸다.

그러나 국내 증시는 분명히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과 6월에 국내증시는 큰 폭으로 올랐지만 미국 다우지수는 횡보를
지속했다.

물론 미국증시가 큰 폭으로 떨어졌을 때 주변국들의 주가도 폭락했다.

그러나 1년단위로 끊어보면 다른 국가에 호재로 작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다.

미국정부가 경기 과열을 진정시키는 수준에서 금리를 인상하겠다면 일시적인
충격으로 800선이 무너질 수도 있지만 금방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이종우 대우증권리서치센터 연구위원 =미국이 금리를 올리느냐 마느냐
보다 미국의 경기가 어떻게 되느냐가 더 중요한 변수다.

다우지수는 8,500에서 9,000선에 안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도 하락폭이면 이미 국내주가에는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들어간다면 미국에 대한 수출이
줄어들어 국내기업들의 수익전망이 어두워진다.

아직 그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시점은 아니지만 단순히 미국 다우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매도하는 성급함은 피하는 게 좋을 것 같다.

<> 강신우 현대투신 수석펀드매니저 =미국 다우지수가 9,500선 위에 머문다
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는 경기과열을 식히는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러강세기조가 깨지면 문제는 달라진다.

전세계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인상설이 경기과열을 염두에 둔 것인지 아니면 달러약세의 추세
속에서 나타난 것인지 아직 확실치 않다.

외국인들이 팔자에 나선것은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 관리차원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변수들이 순조롭게 해결된다면 시장상황이 더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 조주현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