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 총재는 20일 잇따라 열린 의원총회와 간부회의에서 합당론에 대한
당 입장의 재정리 필요성을 주장했다.

"합당불가"를 당론으로 견지해왔던 자민련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당론 변경"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선 것이다.

박 총재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합당문제와 관련, "선거구제 변경문제와도
연계된 사안이므로 조만간 의원총회와 간부회의를 열어 자민련이 가야할
방향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합당논의는 내년총선에서 자민련이 세확장을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의원들간 허심탄회하고 진지한 토론의 장이 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총재는 이에앞서 간부회의에서도 "김종필 총리가 합당 문제에 대해 당의
의견에 따르겠다고 한만큼 오늘부터 당론을 모아야 한다"며 당론 변경론을
펼쳤다.

그러나 간부회의에서는 비충청권 의원들 사이에서도 합당론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당론 결정이 쉽지 않음을 예고케 했다.

한영수, 이태섭 부총재는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합당 문제를 논의할 시점"
이라고 주장한 반면 김종호 박철언 부총재 등은 "정치개혁문제를 매듭지은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반발했다.

충청지역이 지역구인 김현욱 사무총장과 이긍규 원내총무도 "합당이 아니라
정치개혁 문제가 먼저 논의해야 한다"며 조기논의 반대론을 펼쳤다.

이에 따라 자민련은 합당 논의보다 당론 변경 시점 문제를 놓고 한차례
신경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한편 내각제 개헌 연기 결정 이후 백의종군하고 있는 김용환 수석부총재는
이날 지역구에 머물면서 김대중 대통령이 초청한 청와대만찬에 불참할 의사
를 밝히는 등 독자행보를 계속했다.

이와 관련 그의 한 측근은 "김 부총재는 청와대 만찬에 참석할 경우, 자신이
합당에 찬성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 김형배 기자 kh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