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구공단 3공단 등 대구지역 공단에는 안경(테)업체가 많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사실 국내에서 대구 안경산업이 차지하는 지위는
절대적이다.

업체수만 줄잡아 2백50여개.

전체 업체 가운데 80%가 대구에 몰려 있고 국내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0%를 상회한다.

대구에서 안경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해방 직후부터.

일본에서 기술을 배워온 이들이 대구에 자리를 잡았고 여기서 기능공들이
대거 배출돼 대구를 안경산업의 "메카"로 만들었다.

60년대 이후 경제개발과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바탕으로 급성장해 80년대에는
일부 업체의 경우 3천여명의 종업원을 두는 등 황금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이곳 업체의 기술이나 품질은 세계 수준에 도달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안경산업의 특성상 수작업이 불가피하고 따라서 가공기술 등이 뛰어난
한국으로서는 강점을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안경이나 삼성광학, 한서, 삼양공업 등 상위업체들은 파코라반,
기라로쉬, 로베르타 같은 고가 브랜드에 납품하고 있을 정도다.

수출액도 최근 들어 줄어들기는했으나 연간 2억달러선은 유지하는 등 꾸준함
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대구의 안경산업도 전환기를 맞고 있다.

중국 등 후발개도국에 밀리는 것은 물론 독자 브랜드 결여, 자본력 열세 등
으로 인해 갈수록 위상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업체의 85%가 5인 이하의 영세업체이고 수출의 95% 이상이 OEM(주문자
상표 부착생산)방식이라는 사실은 안경산업의 현주소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바이어 좋은 일만 시켜주는 것이다.

실례로 최근 수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10달러대 제품의 경우 바이어를
거쳐 도매상으로 넘어가면서 가격은 2~3배로 뛰고 최종 소비자는 1백달러
이상에서 구입하게 된다.

한국산으로 표시되는 것은 대부분 4~7달러 수준의 중저가품들이다.

이같이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새로운 도약을 향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고
있다.

국제전시회 출품, 신제품 개발, 해외규격 획득과 신기술 도입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들.

국제안경전시회 홍콩쇼의 경우 국내 참여업체수가 96년에는 1개에 불과하던
것이 97년 4개, 98년 10개로 늘었고 올해는 20여개에 이를 전망이다.

휘어지면서 부러지지 않는 신소재를 이용한 폴리플렉스 안경테와 썬그라스
겸용 안경테 등 독자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신제품도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최근에는 최고급형의 안경테를 생산할 수 있는 첨단 이온도금 공장까지
가동에 들어가 품질향상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시도 안경산업을 특화산업으로 지정해 적극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소재 및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소 설립은 물론 업체의 신제품개발
노력에 가장 걸림돌이 되고 있는 금형비의 일부를 보조해 주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중이다.

대구보건대와 영진전문대가 안경디자인 학과목을 신설하는 등 산학협동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대구시 공동브랜드인 쉬메릭의 회장을 맡고 있는 국제안경의 박용진사장은
"세계 안경시장의 규모는 연간 60억달러에 이르고 있으나 국산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3~4%에 불과하다"며 안경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