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서 "신노사문화"의 출발을 알리는 노사화합의 첫 횃불이 타올랐다.

"노사가 둘이 아니다"는 상징의 불길이 전국의 산업현장으로 번지기
시작한 순간이다.

26일 오후 청주의 충북실내체육관.

현대반도체는 "화 99년 노사대화합 새출발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 행사는 단순한 대기업 노사화합 행사의 차원을 넘는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컸다.

LG반도체와의 빅딜 과정에서 빚어진 파업 등 고통을 극복하고 이룬
성과여서도 아니다.

바로 노동부와 한국경제신문이 "신노사문화 창출" 캠페인 시작한 뒤 국내
기업중에서는 처음으로 구체적인 실천프로그램을 갖고 노사화합 행사를
벌여서다.

노동부 장관과 노총 경총의 대표, 한국경제신문 사장 등이 자리를 함께해
축복한 것도 그래서다.

현대반도체 노사 대화합 결의는 "미래의 횃불"로 표시됐다.

공장에서 반도체 칩으로 점화된 뒤 86명의 주자에 의해 청주 시내 곳곳을
거쳐온 횃불은 노사대표에 의해 성화대에 점화됐다.

"영원히 꺼지지 않는 미래의 횃불처럼 노사간의 신뢰도 꺼지지 않을 것"
이라는 게 사회자의 설명이었다.

노사가 하나가 됐다는 사실은 "결혼서약"으로 맺어졌다.

영원히 상대방을 믿겠다는 신표로 노조위원장과 사장이 서로에게 "결혼반지"
를 끼워 주었다.

사랑으로 맺어졌고 이해와 아량으로 백년해로 하겠다는 서약이었다.

"신노사문화 창출과 실천은 노사 양쪽 만의 문제는 아닐 것 입니다.
노.사.정 3자 모두가 삼위일체가 되었을 때만 그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단상에 노.사.정 관계자가 나란히 선 가운데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도
날려졌다.

현대반도체 노사는 한마음 한뜻으로 새로운 출발을 결의하는 "노사불이헌장"
도 채택했다.

회사는 고용안정과 능력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노조도는 잘못된 의식과
관행을 개선한다는 내용이다.

회사는 종업원을, 근로자는 회사를 책임지겠다는 다짐이었다.

이번 현대반도체의 노사화합 행사는 노조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강영철 노조 위원장이 지난 7월말 인사총무담당 노하욱 상무보 등과 만난
자리에서 행사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LG반도체와의 빅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주도로 보름간
파업이 발생하는 등 갈등이 있었던 만큼 하루빨리 후유증을 극복하자는 의견
이었다.

회사로써도 새출발이 필요했다.

마침 범정부적으로 "신노사문화 캠페인"이 펼쳐지는 때이기도 했다.

빅딜과정에서 걱정을 많이 했을 사원들의 가족에게 사장 명의로 편지를
보내고 청주와 이천공장 간에 인사교류도 실시하자는 건의도 회사측이
선선히 받아들였다.

각종 견책을 받은 사원에겐 대사면이 내려지기도 했다.

현대반도체는 앞으로 현대전자 반도체 부문과의 법인간 통합 및 단일노조
구성이라는 난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이제 노사는 혼인으로 묶인 일심동체가 됐다.

김병훈 경영지원본부장은 "노사가 "아름다운 대화합"을 이룩하기로 약속한
만큼 앞으로 어떻한 역경이 오더라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청주=최승욱 기자 swcho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