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어울릴 것같지 않은 예술과 경영수업이 최근
영국에서 멋진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연극과 오케스트라 연주를 통해 경영전략을 배우고 토론하는 최고경영자
(CEO) 코스가 잇따라 등장, 인기를 끌고 있는 것.

런던시내에 자리잡은 글로브극장.

주말이면 1천8백달러의 거금을 내고 연극 "헨리5세"를 보려는 기업체
사장들로 만원을 이룬다.

1415년 헨리5세가 신종 화살을 이용, "아긴코트전투"에서 프랑스를 물리치고
전리품을 얻어내는 것이 극 줄거리.

참석자들은 공연이 끝난 후 이 세익스피어 희곡 줄거리를 뺏고 빼앗기는
현대판 기업인수전으로 해석, 주인공들의 판단과 결행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인다.

이 프로그램은 런던 크랜필드 경영대학과 글로브극장에 의해 공동기획됐다.

글로브측 대표 리차드 올리비에씨는 세익스피어 희곡엔 언제나 딜레마에
빠진 왕 귀족 등이 등장해 권력을 둘러싼 파워게임이 펼쳐지기 때문에 훌륭한
경영전략으로 응용될 수 있는 요소가 많다고 설명한다.

그는 바로 영국의 명배우 로렌스 올리비에경의 아들이다.

"헨리5세"는 고인이 된 그의 아버지가 연극과 영화에서 타이틀롤을 맡았던
작품이다.

"헨리5세"처럼 예술과 경영전략이 접목된 프로그램은 요즘 영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런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는 뉴욕의 유명한 지휘자 로저 니렌버그와 손잡고,
오케스트라의 절묘한 화합과 오묘한 선율로 살벌하기 쉬운 기업전선의 충돌과
갈등을 완화시키고 있다.

지난 4월 첫 선을 보인 "뮤직 패러다임"이란 이 과정은 오케스트라에서
우러나오는 하모니를 이용, 기업의 인수및 합병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충돌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스코틀랜드은행 네슬레 등 유명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들
이 참가하고 있다.

니렌버그는 또 오는 7월 BBC방송을 통해 방영될 "경영세션"을 제작할
계획이다.

이 세션은 브람스교향곡을 테마로 설정했으며 세션당 수업료는 2만~4만달러
로 브리티시에어라인 등의 경영자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크랜필드 경영대학의 마틴 크리스토퍼 교수는 "많은 경영자들이 바쁜
일정중에도 경영능률을 올리기 위해 이런 코스를 듣는다"고 설명한다.

참가자들의 반응도 좋다.

"헨리5세"를 감상하고 토론에 참가했던 피오나 클라크(30) 교육개발전문가는
"사람들을 상대할 때는 정열적인 태도로 목표를 뚜렷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 고성연 기자 amazing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