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은 지난 5일 "신지식인" 34명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들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니 한결같이 모범 인물이다.

3D업종 사업을 자동화 장치산업으로 바꾼 중소기업 사장 등 열정과
아이디어를 겸비한 분들이 많아 눈길을 끈다.

문제는 선정 경위다.

이번 신지식인 선정은 제2건국위원회의 "신지식인 운동"에 따른 것.

당초 9개 신지식인 분야 가운데 중기청이 발굴을 맡은 분야는 자영업자였다.

그러나 슬그머니 중소기업 분야로 바뀌었다.

"슈퍼마켓 주인 정도밖에 안 나올 것"(중기청 관계자)이라는 게 변경
사유다.

신지식인(?)답지 않은 발상이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산업자원부의 경영인 분야 신지식인 발굴과 중복될 수밖에 없었던 것.

실제로 지난 5월 산자부가 발표한 신지식인 9명은 대부분 중소기업인이었다.

중기청이 이번에 고른 신지식인들과 별 차이가 없다.

기협중앙회 등 추천 기관도 겹친다.

기술혁신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한 기업인 등 선정기준도 비슷하다.

물론 신지식인은 많이 발굴되어 그 행적이 널리 알려질수록 좋다.

학력과 관계없이 나름대로 창의력과 성실성으로 뚜렷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부처가 같은 사업에 매달리는 행정낭비를 초래할 만큼 가치가
있는 사업인지는 의문스럽다.

전시행정의 하나로 전락되지나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신지식인을 뽑으면서 경영인이나 중소기업 분야를 별도로 정했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기업 분야에는 유망중소기업, 기술경쟁력 우수기업, 품질경쟁력
우수기업 등 비슷비슷한 것이 수두룩하다.

중기청 관계자조차 "차이점을 얘기할 게 없다"고 실토한다.

신지식인 선정과 관련한 정부의 행정처리는 "정책은 유행을 타서는 안된다"
는 원칙을 간과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시대 흐름에 대처하는 정책은 바람직하지만 앞뒤 재지 않고 특정 추세에
편승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신지식인이라는 개념을 유난히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위층에게 "한 건"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한심하다.

이는 훌륭한 참 신지식인, 그분들에게도 오히려 욕이 되는 일이다.

< 오광진 산업2부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