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정지된 듯 하여이다/ 어머니 이 일을 이 슬픈 일을/ 수 많은 협력업체
수백명 우리직원/ 어쩌란 말이요/ 어쩌란 말이요"
작년초 부도를 맞았던 종합문구업체 모닝글로리(대표 한중석)의 황귀선(58)
대표이사 부사장이 최근 "어쩌란 말이요"란 시집을 냈다.
회사 부도의 충격을 시심으로 달래며 그때 흘렸던 통한의 눈물을 시로 엮어
냈다.
황 부사장이 시집을 낸 건 이번이 세번째다.
아마추어로 지난 91년 "사랑에는 쉼표가 없습니다"라는 처녀시집을 냈고
95년엔 "사랑은 아파하는 것만치 사랑하는 것이다"란 2집을 출간했다.
그때 시들은 대부분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고향에 대한 향수 등을
표현한 서정시들이었다.
그러나 이번 시집엔 회사가 부도를 맞은 이후 참담했던 상황과 절망, 그리고
희망을 주로 담았다.
"모닝글로리는 내가 20년 가까이 몸 담았던 회사입니다. 그런 회사가 어느날
갑자기 부도라는 날벼락을 맞았는데 정말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그때 메모해
뒀던 심경을 시로 써 이번에 출간한 것입니다"
황 부사장은 지난 81년 모닝글로리가 문구센터라는 이름으로 출발할 때 한
사장과 함께 회사 설립에 참여했던 창립멤버.
한 사장과는 군대 동기로 막역한 사이였다.
그동안 모닝글로리의 자금 등 관리부문을 맡아 왔다.
한참 잘 나가던 회사가 외환위기때 대리점들의 연쇄부도로 결국 쓰러지는 걸
경험했던 그는 당시의 "참담함"을 시로 표현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다행히 모닝글로리는 작년 5월 법원에서 화의가 받아 들여져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때의 환희도 역시 시로 표현했다.
"어제는 울고 싶었다/ 오늘은 날으고 싶어라/ 어제까진 근심의 날이었으나/
오늘부턴 기쁨이로소이다/(중략)/ 생사의 갈림길 막다른 골목에서/
두 손을 들어주며 힘을 주고 용기 주니/ 아- 어머니/ 모두가 어머님
뜻이로소이다"
모닝글로리는 요즘 적자를 내던 품목을 과감히 정리하고 해외시장 개척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등 새출발을 시작했다.
"화의에 동의해 준 채권단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회사를 단단히 키울
겁니다. 남은 혼신의 힘을 다할 거예요"
황 부사장은 요즘 채권은행과 협력업체를 열심히 찾아다니며 회사 재건에
여념이 없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인이 되고 싶었다는 황 부사장은 개인적으론 은퇴후
고향에 내려가 모든 이의 가슴에 남을 만한 시 한편을 쓰는 게 소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94년 "한국시"사에서 신인상을 받은 것을 비롯 96년엔 노산문학상
을 수상하는 등 문단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황귀선 부사장 약력 >
<> 41년 충북 보은
<> 청주상고
<> 대전진흥 관리이사
<> 모닝글로리 부사장
<> 전국문구인연합회 이사
<> 한국문인협회 회원
<> 한국시 문학대상 수상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