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말 군은 전투준비태세를 경계태세로 완화했다.

이로써 서해상에서의 남북한간 교전사태로 빚어졌던 긴장국면은 사실상
종료됐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시장이 "신기할만큼" 안정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국내 외환시장이나 주식시장은 물론이고 해외시장의 한국물 가격도 거의
동요가 없었다.

IMF로부터 긴급자금을 지원받는 나라의 모습이라고 여길 수 없을 정도였다.

때문에 "한국이 외환위기를 완전히 벗어났다"는 소리까지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외국계은행 전문가들의 시각은 사뭇 달랐다.

기자는 그들의 반응을 듣고 "머리털이 곤두서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우선 그들은 "애당초 교전사태가 장기화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는 사실을 기자에게 들려줬다.

HSBC서울지점의 이정자 지점장은 "북한은 전쟁을 일으킬 능력이 없다는게
외국인 투자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라고 전했다.

소름끼칠만큼 냉정하게 주판알을 퉁기고 있는 외국인들의 모습이 연상되는
증언이다.

기자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한국경제에는 서해교전 사태보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경제제정책이 더 큰 리스크 요인"이라는 한 외국계은행 서울
지점장의 일침이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교전사태에 정신이 팔려있는 와중에 그들은 오락가락
하는 정부의 경제정책을 주시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상황에서 추경을 짠다든지 LG그룹의 대한생명
입찰자격을 둘러싸고 입장을 번복하는 것은 외국인투자자를 불안하게 하는
조치"라는 구체적 지적도 나왔다.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의 매각협상 지연을 두고 "한국정부의 태도가 달라졌다"
는 노골적인 불만의 소리도 터뜨렸다.

이에 기자는 "그렇게 불평을 하면서도 자꾸 한국시장에 들어오는 이유는
뭐냐"는 질문을 던져놓고 그 답변에 또한번 놀랐다.

"한국에 아직도 리스크 요인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는 그 리스크를
상쇄할 만큼 수익성 전망이 밝기 때문"이라는 답변이었다.

한국시장의 리스크와 수익성을 쉴새없이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모골이 송연케 한 것은 그 다음에 덧붙인 한마디였다.

"그런데 요즘 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리는 것같아 리스크와 수익성의 차이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경고였다.

< 임혁 경제부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