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1일 3당 총무회담을 재개, "파업 유도" 의혹 등에 대한 국정조사권
발동 문제를 놓고 3일째 절충을 계속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이에따라 국민회의측은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여권 단독으로 국정조사에
나설 뜻을 밝혀 파행 정국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있다.

이날 총무회담에서 한나라당은 여당이 특검제를 수용할 경우 조폐공사 파업
유도 의혹과 "옷 로비"의혹사건에 대해서만 국정조사를 할 수 있다는 양보안
을 제시했다.

당초 국정조사 대상에 재.보선 50억원 사용설과 고관집 절도사건까지 포함해
4대 의혹을 포함시키자던 입장에서 한발짝 물러서 타협을 시도한 것이다.

이부영 총무는 "특검제가 이번 회기내 제도로서 정착되면 앞으로 의혹 사건
들이 제기될 때마다 국정조사를 하지 않고도 진상을 밝힐 수 있다"며 특검제
는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그러나 특검제를 수용할 수 없다는 당론을 내세워
야당의 요구를 거부했다.

여당은 특검제가 도입되면 현 검찰 조직체계와 마찰을 일으킬 뿐 아니라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며 반대논리를 폈다.

손세일 국민회의 총무는 "법적으로나 제도적 문제점이 있는 특검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야당이 이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을 보면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의지마저 있는지 의심이 간다"고 반박했다.

국민회의는 그대신 한나라당이 특검제 도입 주장을 철회할 경우 조사특위
구성시 의석비례가 아닌 여야동수로 할수 있다는 당근을 제시했다.

또 최순영 회장이 구속됐기 때문에 옷 로비 의혹은 "실패한 로비" 사건으로
판명났다며 개인의 도덕성 문제를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주장도 거듭했다.

여권은 또 단독으로 국정조사 계획서를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이와 관련 김영배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여자들이
고급 옷가게에 드나든 것이 국정조사 대상이냐"며 "국정조사권의 단독행사도
신중히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손 총무도 "조폐공사 사건은 국민들로부터 워낙 큰 관심을 받고 있다"며
"여당 단독으로라도 조사해야 할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여당 단독으로 국정조사를 진행할 경우 곧바로 장외
투쟁을 벌이겠다고 반발, 양측간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국
파행도 배제할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관련 이회창 총재는 "야당은 양보하는데 여당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며 "계속 국회를 외면하면 이반된 민심이 정권퇴진운동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개탄했다.

한편 여야가 이같은 지루한 논쟁을 계속하자 정치권이 진실규명보다는
당리당략을 위해 국정조사를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여당은 여론을 희석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정조사를 이용하고 있으며 야당도 정치공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성실한 협상을 촉구했다.

< 정태웅 기자 redael@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