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 정도 경춘국도를 달리면 소양호 의암호 등
호수가 만들어 내는 빼어난 풍광이 펼쳐진다.

닭갈비와 막국수로 유명한 호반의 도시 춘천이다.

요즘은 새로운 벤처밸리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다.

춘천시내 근화동의 한 건물.

애니메이션 제작업체인 솔트엔터테인먼트(대표 김춘근)가 입주해 있다.

옥상에는 민방위 훈련용 확성기가 설치돼 있다.

예전에 동사무소 청사였음을 짐작케 해주는 것이다.

이 곳 1층엔 50여명의 젊은이들이 만화를 그리는데 열중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사반사로부터 애니메이션 25편(5백25만달러어치)을 수주,
갑자기 바빠졌다.

지난 2월 창업한 새내기 벤처기업이지만 이 회사의 꿈은 다부지다.

오는 2003년까지 직원수를 5백여명으로 늘리고 매년 1천만달러 이상
수출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 회사 앞 주차장을 사이에 두고 맞은 편에도 2층짜리 옛 동사무소 건물이
있다.

생명공학 벤처기업인 머쉬텍(대표 정준호)이 둥지를 트고 있다.

지난해 4월 창업한 이 회사는 동충하초 버섯 추출물의 대량생산 공법개발에
승부를 걸고 있다.

옛 중앙동 사무소 건물도 작년말부터 비플라이소프트(대표 임경환)의
사무실로 쓰이고있다.

음악도 출신의 임 사장은 건설관리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벤처기업인으로 최근 춘천시의 인트라넷 구축사업에 참여하고있다.

벤처기업의 보금자리로 바뀐 동사무소 건물만 춘천시에 8곳이나 된다.

지난해 동사무소 통폐합으로 생긴 유휴공간들이다.

동사무소 뿐이 아니다.

춘천시는 여성복지관등 시 소유 건물이 비게 되면 우선적으로 벤처기업 및
지원기관 입주공간으로 활용한다.

현재 모두 19곳에 이른다.

이들 공간은 다른 곳에 비해 임대료가 절반이하다.

멀티미디어 애니메이션 생물산업등 3개 업종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덕분에 이 분야에서 63개의 "동사무소 벤처"들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중 44개사가 IMF관리체제 이후 창업한 기업이다.

이들 기업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곳은 춘천디지털스튜디오(CDS).

후평산업단지내 단층 건물로 벤처 스트리트란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복도를 따라 좌우로 ICES코리아 강원네트웍 무백물산등 16개 애니메이션 및
소프트웨어 업체가 포진하고 있다.

이 스튜디오에선 값비싼 애니메이션 제작장비를 무료로 이용 할 수 있다.

파라다임(대표 엄태평)에서 파견 나온 5명이 애니메이션 자료를 스캔하고
PC로 색깔을 입히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장비실 한켠에 마련된 교육실도 젊은이들로 북적댄다.

예비창업자들이 캐릭터 창업교육을 받고있다.

소프트웨어 진흥구역으로 지정된 CDS가 문을 연 것은 지난해 4월.

벌써 춘천시의 명소가 됐다.

얼마전에는 서울 관악구 의원들이 한 수 배우기 위해 이 곳을 다녀갔다.

후평단지를 벗어나면 춘천시 벤처업계의 중추시설이 될 하이테크 벤처타운
건설공사 현장이 보인다.

소양강이 바라다 보이는 이 곳에는 3개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멀티미디어, 애니메이션, 생물산업 분야 벤처기업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된다.

먼저 오는 9월께 멀티미디어 기술지원센터가 문을 연다.

"소비의 도시" 춘천이 새로운 벤처밸리로 부상한 것은 사실 지자체의
야심적인 작품이라 할만 하다.

2기를 연임한 배계섭(63) 민선 시장은 "닭갈비" "막국수" "호수" 말고는
내놓을만 한게 없던 춘천을 벤처타운으로 탈바꿈시킨다는 전략을 세우고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것이 춘천을 "동사무소 벤처"의 요람으로 만들었다.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올해 산업자원부의 애니메이션 및 소프트웨어 분야
기술개발자금 취급기관으로 선정된 것도 그런 노력이 평가받은 결과다.

지난해엔 정보화 최우수도시(정보문화센터)와 생물산업육성시범도시(산자부)
로 지정됐다.

춘천의 변신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내년부터는 이곳에서 벤처 전문인력들이 대거 양성된다.

강촌역 앞 남산면 창촌리의 산속에는 내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춘천정보대학
이 세워지고 있다.

산동면에는 만화고등학교가 설립된다.

사농동에 있는 청소년 여행의 집은 올가을 디자인전문인력 양성소로
변신한다.

프랑스의 "JBI 춘천 국제영상예술연구소"가 9월께 여기서 문을 열기로 했다.

입생로랑을 배출한 곳으로 유명한 JBI는 이 연구소를 장차 분교로 개편할
구상이라고 춘천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인구 24만명, 1천1백16평방m 면적의 중소도시 춘천.

인구로는 서울의 웬만한 동 하나 만큼도 안된다.

그러나 오는 2002년까지 2백20개 벤처기업을 키워 1만명의 일자리를 만들고
연간 4천억원의 매출을 창출하겠다는 꿈이 가꿔지고 있는 곳이다.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