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고 있다.
주방용품에서부터 맥주 시계 우산 액세서리 머플러 라이터 열쇠고리 같은
기념품까지 파리 2000년(Paris An 2000)을 상표로 한 제품종류는 다양하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매우 좋다.
뉴 밀레니엄을 앞두고 많은 업체들이 파리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파리 소유주라 할 수 있는 파리시는 상표이용 로열티 한푼
받지 못하고 있다.
유럽 대부분의 도시와 달리 파리시는 특허청에 파리를 상표로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등록법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프랑스의 경우 누구라도 도시명과
특정제품 분야를 정해 특허청에 등록만 하면 상표 사용권이 주어진다.
97년 프랑스판 봉이 김선달 알랭 미셸은 파리가 상표등록되어 있지 않은
것을 알고 시계 식기 포장지 그림엽서 렌터카 음료수 등 10개 부문에 파리
밀레니엄 상표를 등록했다.
요즘 그는 파생상품 업체들에 상표 사용권을 양도해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또 관광광고부문에 파리를 상표로 등록한 홍보전문 업체 에스톨도 밀레니엄
을 앞두고 재미를 보고 있다.
현재 유럽역내 도시이름을 상표로 사용하는 파생상품시장은 6천억프랑.
그중 파리 상표시장 규모가 가장 크다.
그러나 파리시청은 상표 사용권 주장도 못하고 속수무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프랑스 모든 지방이 상표도용의 무방비 상태에 있는 것은
아니다.
베르사유는 루이14세와 도시이름을 특허 등록하고 시 관광개발국에서 상표
운영권을 직접 감독한다.
영화 "남과 여"를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휴양도시 도빌도 마찬가지다.
포도주로 유명한 소뮈르의 경우 연간 시 예산 20%가 상표 사용권 수입에서
나온다.
그런데 파리시는 이미 17년전 파리를 상표등록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
하고 그 가치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83년 이브 생 로랑이 신제품 향수를 내놓으며 파리로 명명했다.
당시 이브 생 로랑이 파리를 상표로 사용할 수 있느냐는 문제를 두고 법정
논쟁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법원은 파리가 등록된 상표가 아니란 이유로 이브 생 로랑의 손을
들어줬다.
그때 상표등록만 했더라도 오늘의 상황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란 게 파리
시민들의 지적이다.
파리시청은 파리의 가치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 파리=강혜구 특파원 hyeku@ coom.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