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프랑스에선 ''한국을 제대로 알자''는 움직임이 조용하게 일고있다.

6.25전쟁과 서울올림픽이 한국에 대한 인식의 전부인 이들에게 한국이
새롭게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이 잔잔한 한국바람의 진원지는 벽안의 청년 장 피엘(35)이 쓴 한권의 책
''고요한 아침의 나라, 한국의 폭풍우''.

피엘은 지난 92년부터 4년간 ''프랑스라디오'' 서울특파원 생활을 하면서
가족관계 교육 종교 경제 통일 등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평소 프랑스인들이 한국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는데 ''화가 난'' 피엘은
서울생활중 짬짬이수집해 놨던 자료들을 책으로 펴냈다.

한국어판 출간준비와 강연을 위해 최근 서울에 온 피엘은 "한국에 대한
사랑이 없었다면 책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책이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인들의 한국이해에 작은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초판 2천부를 찍었는데 벌써 1천8백부가 팔릴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캐나다 스위스 벨기에 등 여타 불어권 국가에서도 판매에 들어갔다.

곧 2판을 인쇄할 계획이다.

피엘은 한국에 대한 유럽인들의 편견을 바로 잡겠다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며 매우 흡족해 했다.

당초 프랑스인을 위해 쓴 책이지만 한국어 번역판도 고려중이다.

한국을 사랑했던 만큼 한국사회에 던지는 그의 충고는 따끔하다.

김영삼 정부시절부터 세계화를 주창해 왔지만 이뤄진 게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세계화는 한국이 생각하는 것처럼 "한국과 세계(Korea and the world)"가
아니라 "세계속의 한국(Korea in the world)"여야 한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이를 위해선 한국인 스스로 비하해 온 자신의 문화에 자부심을 갖고 정체성
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다른 문화를 존중할 줄 아는 개방된 자세도 필요하다.

그러나 때때로 에이즈환자와 흑백인종에 대해 차별과 편견을 버리지 못하는
것을 봤을 때는 한국인들이 여전히 중세시대에 사는 것 같아 아쉬웠다.

이는 어릴때부터 잘못된 교육 탓이라고 지적했다.

화제를 외환위기로 돌렸다.

한국의 "호시절"을 경험했던 그로선 외환위기는 전혀 예상못했던 일이었다.

"당시 공항은 해외여행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는데 어떻게 외환위기를
예상했겠는가"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이 전조였는데 미리 경고하지 못해 언론인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털어 놨다.

그렇지만 한국장래에 대한 그의생각은 여전히 밝다.

한국인 특유의 "파이팅"이 뒷받침되고 있는데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도
강점이라는것.

그러나 성급한 안심은 금물이다.

회복기미가 조금 보인다고 개혁프로그램이 흐지부지된다면 위기는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는 31일 현 근무지인 인도 뉴델리로 떠나기 앞서 전에 살았던 광명시를
찾아 "고향사람들"과 비빔밥 한 그릇을 나누고 싶어하는 그에게서 "오랜만에
귀향한 사람"의 여유같은 것이 느껴졌다.

< 김수찬 기자 ksch@ >


< 쟝 피엘씨 약력 >

<>1965년 생
<>행정계 그랑제꼴인 파리정치연구소서 정치학 전공
<>92~95년 프랑스라디오, 캐나다라디오 서울특파원
<>KBS라디오 국제방송 객원기자
<>주한 프랑스상공회의소 발행 "꼬레 어페어" 편집장
<>현 프랑스라디오 인도특파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