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수뇌부가 가히 "혁명"에 가까운 정치개혁안을 제시함에 따라 여당
의원들은 향후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한 대응전략을 마련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텃밭에서 치열한 공천경쟁을 벌여야 하는 여권내 충청 전라지역 의원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반면 경상도 지역에 출마를 희망하는 인사들은 당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며 "반색"하는 모습이다.

수도권 의원들은 선거구가 어떻게 통합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권은 의원정수를 2백70명으로 줄이면서 지역구를 현재 2백53석에서
1백80석으로 대폭 축소했다.

게다가 3인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를 도입키로 했기 때문에 지역구는
60개로 대폭 줄어든다.

평균 4.22개의 지역구가 하나로 통합되는 셈이다.

서울에서는 현재 47개 지역구가 11개 정도로 크게 준다.

지역구 의석수는 36개 정도로 축소될 전망이다.

그러나 비례대표 의원을 20명 선출하기 때문에 서울지역 의원은 56명으로
늘어난다.

서울지역 선거구를 획정하는 과정에서 구로 금천구와 같이 분구된 지역들이
우선 통합 대상이 될 전망이다.

지리적이나 문화적 여건상 통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
이다.

성동-광진, 동대문-중랑, 송파-강동, 강북-도봉, 서초-강남 등도 이런 예에
속한다.

강북 도봉의 경우 여권 내에서 김원길 조순형 김근태 의원 등 "중량급"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있어 이들간 "교통정리"가 어떻게 이뤄질 지 관심사다.

무소속 홍사덕 의원을 제외하곤 모두 한나라당 의원들이 차지한 강남 서초
지역에서 여당 인사들은 원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기대를 갖고
있다.

국민회의의 텃밭인 광주.전라 지역의 경우 현재 지역구 의석이 37개에서
23개로 줄어든다.

비례대표 의석 11석을 포함하더라도 전라도 지역의 국회의원 수는 현재
37명에서 34명으로 축소된다.

특히 선거구당 3명을 뽑는데다 한 정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3분의 2이상
"독식"할 수 없기 때문에 전라도 지역 현역의원 탈락률은 다른 어느지역
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지역 의원들은 공천조차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광주의 경우 지역구가 아예 하나로 통합되거나 인접구까지 포함해 많아야
2개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회의 이영일 조홍규 임복진 박광태 이길재 조홍규 정동채 의원 등 6명의
현역 의원간 치열한 "살아남기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전북에서는 전주-완산의 통합가능성이 높다는게 당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 지역의 현역의원은 국민회의 김태식 정동영 장영달 의원으로 이들에게는
중앙당에서 몇 명을 공천할 지가 최대의 관심사다.

당의 한 관계자는 "무주 진안 장수 임실 순창 남원 등 6개 군이 하나로
묶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지역구가 엄청나게 넓어 사실상 선거운동이
불가능해진다"고 지도부의 결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이밖에 충청지역의 경우도 지역구 축소로 자민련 의원들의 상당수가 공천
경쟁을 벌여야 한다.

반면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지역에서는 여당의원들의 당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비례대표 의석의 확보가 가능해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국민회의와 자민련
후보들이 2~3위로 지역구에서 당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