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검찰총장에 사시 8회인 박순용 대구고검장이 낙점을 받자 검찰 청사
에는 일순 긴장감이 흘렀다.

1~2기수 차이로 후임 총장이 임명돼 온 것이 통례.

하지만 이번엔 이를 깨고 무려 3기수나 건너 뛰었다.

모두들 "파격"이라고 입을 모았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를 김대중 대통령의 "검찰 개혁에 대한 주마가편" 의지로
해석했다.

박 신임 검찰총장은 한마디로 "모가 안난 사람" "그릇이 큰 사람" "청빈한
사람"으로 통한다.

그는 검사생활 내내 단한번도 구설수에 오르지 않았다.

그의 성격과 일처리 방식 등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연유로 그는 일찌감치 차기총장감으로 거론됐다.

지난 3월 대구고검장으로 발령났을 때 차기 검찰총장 자리는 그의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준비된 총장"이란 말이다.

박 총장의 임명에는 김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여사의 신임이 결정적으로
뒷받침했다는 후문이다.

박 총장은 대검 중수부장 시절인 지난 97년 대선때 "DJ비자금 사건" 수사
유보결정을 내렸다.

"정치적 결단"이었다.

수사유보 발표로 김 대통령은 선거에 전력할 수 있었고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졌다.

결국 박 총장이 김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이 된 셈이다.

박 총장이 현 정부가 복권운동을 벌이고 있는 고 박정희 전대통령과 같은
경북 선산출신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특히 서울지검장 시절인 지난 2월 "검사 항명파동"때는 소장 검사 10여명과
밤 늦도록 소줏잔을 기울이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유도, 동요를 진정시킨 일화
로도 유명하다.

북풍 세풍 등 정치적 대형사건을 매끄럽게 처리하는 등 치밀한 성격도
갖췄다.

박 총장의 검증된 능력은 검찰총장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총장이란 자리가 정치권 공세에서 그다지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얼마나 유연하고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김문권 기자 m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