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와 미장원의 장벽이 허물어졌다는 얘기는 구문이다.

머리깍는데 굳이 이발소에만 가야하는지 의문을 가진 젊은 남성들이
미장원에 고개를 디밀기 시작한 건 이미 오래전이다.

그러나 여성들이 이발소에 드나들고 있다는 얘기는 아직 없었다.

이발소에서 받을 수있는 서비스가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발소의 역사가 바뀌고 있다.

일본의 조그만 지방 이발소가 "웨딩쉐이빙"이란 상품을 내걸면서 여성
고객의 이발소 출입이 줄을 잇고 있다.

"얼굴의 잔털을 깍아내면 화장발이 잘 먹힌다"는 선전문구가 먹혀들어간
것이다.

화제의 이발소는 요코하마시에 있는 야마다이용원.

뺨이나 눈가 귓볼 등의 잔털을 깍아주며 5천엔을 받는다.

주인 야마다 유이치씨는 "예전에는 여자들도 얼굴의 잔털을 깍는 습관이
있었지만 언제부턴지 남자는 이용실 여성은 미장원이란 이미지가 고정돼
버렸다"며 자신의 서비스가 전혀 근거없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이곳을 이용해본 여성들의 한결같은 반응은 피부가 매끈매끈해진 느낌이고
역시 기초화장이 잘 먹힌다는 것이다.

야마다 사장은 뜻밖의 좋은 반응에 지난해부터 이발소의 고정 서비스상품
으로 올리게 됐다고 소개한다.

도쿄의 헤어살롱 컷트인바바 라는 이발소에서는 지난해 실내 개축을 하면서
아예 여성 전용룸을 만들고 여성 이발사를 고용했다.

한번정도 얼굴면도를 받아보고 싶지만 남들 이목을 의식해서 발길을
멀리했던 여성고객들을 잡기 위한 방안이었다.

결과는 대성공.

여고생이나 남자친구와 함께 찾아오는 20대 여성이 크게 늘었다.

한해 기껏해야 20명정도이던 여성고객이 올들어서는 한달에 50명정도나
된다.

일본에서는 관련법령으로 칼을 들어야 하는 면도작업이 미용사는 할 수 없는
이발사의 고유영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용실에서는 크게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감히 넘볼 수 없는
분야인 것이다.

얼굴의 잔털을 깍아 본 여성들은 그 상쾌함을 못잊어 정기 고객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편 이.미용실의 통합을 겨냥한 업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도쿄에 있는 헤어스튜디오 맨돌은 모든 스탭들이 이용사와 미용사 자격을
동시에 갖고 있는 1인2역들이다.

사장인 다카하시씨는 "남자와 여자 손님을 구분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라며 "일가족이 다 같이 찾을 수있는 가게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주부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지압이나 맛사지를 상품화시킨 것도
인기의 비결이다.

일본의 관련단체에 따르면 전국의 이용실 숫자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97년말현재 14만2천 곳으로 미용실보다도 적은 숫자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발소를 찾는 여성고객은 97년 전체의 6.3%로 한해전보다 1%포인트
정도 늘었다.

쇠퇴기미를 보이는 이발소들의 입장에서 보면 "여성은 희망이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한 상황이다.

< 박재림 기자 tr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