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다가도 내일 수업에 필요한 교재나 도구가 떠오르면 일어나 톱질을
합니다"

대전 대문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이임모(65) 선생은 아이들 교육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직접 만들어 활용한다.

아예 방 하나를 비워 작업실로 쓰고 있다.

찢어지기 쉬운 종이 대신 옥양목(무명)으로 만든 궤도만도 수백개에 이른다.

"논문 한 편 쓰나 자료 하나 만드나 품은 똑같이 듭니다. 그러나 수업시간
에는 논문보다 교재가 더 유용합니다. 2시간 가르칠 것을 1시간에 끝낼 수
있기 때문이죠"

이 선생의 열성은 수상경력에서도 잘 나타난다.

전국 및 시.도 교육자료전시회에 손수 만든 "작품"을 내놔 13번이나 입상
했다.

이선생은 "수집광"이기도 하다.

길거리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학교에서 조금이라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으면 일단 집어 온다.

공사장은 이선생이 단골로 찾는 장소.

쓸만한 물건이 많기 때문이다.

부러지거나 휘어져서 못쓰게 된 나무자재들이 있으면 반드시 챙겨온다.

껍집을 벗기고 잘 말린 뒤 아이들에게 유익한 글을 새겨넣는다.

금강산의 비경을 담은 희귀 사진자료(61장)도 훌륭한 교재다.

이중에는 금강산에 있던 신계사 등 파괴되기 전의 모습을 담은 절 사진도
있다.

"도덕이나 사회시간에 금강산 절경을 보여주면서 통일교육을 하면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어요. 말이 필요없지요"

이 선생은 수업시간 외에는 교무실보다 도서실에서 주로 시간을 보낸다.

책 한장이라도 뒤적이며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찾기 위해서다.

이 선생은 오는 8월 정년퇴직한다.

< 이건호 기자 lee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