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적막하던 시골 읍내에는 아연 활기가 넘친다.

이른 아침부터 곡식이나 채소를 팔아 농기구와 일용품을 사는 사람들로
북적대고 넉살 좋은 장꾼들의 입심과 국밥 냄새 가득한 장마당은 농경시대의
중요한 유통현장이었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도시화가 진전되면서 동네마다 상설시장과 수퍼마켓
이라는 이름의 상점들이 장마당을 대신하더니 최근에는 대형 할인매장이
소매 상점의 일대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대량 생산된 상품을 대형 매장에서 대량 소비시키는 것이 산업사회의 유통
양식이다.

앞으로 우리는 전혀 다른 개념의 시장에서 물건을 팔고 사게 된다.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가 모든 상거래의 중심이 되는 "디지털 경제"
시대가 열리고 있다.

안방에 앉아 인터넷에 개설된 상점의 홈페이지에서 물건을 고르고 주문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 도트 컴(amazon.com)"은 전자상거래의 대표적 성공
케이스로 꼽힌다.

아마존에서 취급하는 책은 모두 4백70만권.

이 책들을 모두 진열하자면 엄청난 크기의 서점이 필요하겠지만, 이 회사는
간판도 없이 4층짜리 건물에 세들어 있다.

창업 3년반만에 전세계 6백20만명의 고객에게 연간 10억달러어치의 책을
팔며 회사가치가 2백억달러가 넘는다.

인터넷 전자상거래가 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인터넷의 폭발적인 성장을 들 수 있다.

현재 전세계 인터넷 이용자는 1억5천만명에 달하고 곧 3억명, 5억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용자들의 구매력도 비교적 높다.

이만한 시장이 어디에 있겠는가.

인터넷 전자상거래는 유통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

매장이 따로 필요 없고 재고도 없으며 적은 인력만 있어도 된다.

현실의 백화점은 아무리 커도 상품을 1백~2백만점밖에 진열할 수 없지만
인터넷 상점에는 지구상의 모든 상품을 진열할 수 있다.

인터넷은 개방된 통신망으로서 누구나 인터넷 상점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국경이나 통제도 없는 자유무역지대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주차걱정이나 짐을 들고 다닐 필요 없이 값싸고 편리
하게 시장을 이용할 수 있다.

이같은 장점으로 인해 전세계 인터넷 전자상거래 규모는 OECD에 의하면
97년 2백60억달러에서 2001년 3천3백억달러, 2003년에는 1조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한다.

국내 시장규모도 금년 1천5백억원에서 2002년에는 3조7천억원에 이를
전망이지만 아직 초기단계라 사이버 쇼핑몰이 4백여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미국은 45만개의 사이버 쇼핑몰이 성업중이다.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정착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인터넷으로 상품정보를 빠르게 검색하고 주문할 수 있도록
통신망의 고속화.고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개인 정보와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신속한 배달체계를 갖춰 전자상거래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일도 시급하다.

일부에서는 현금을 중시하고 다리품을 팔아서라도 물건을 직접 보고 사는
쇼핑문화 등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아시아적 가치"가 전자상거래 활성화의
장벽이 된다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소비자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세계 수억의
네티즌이다.

우리의 상품을 영어로 된 사이버 쇼핑몰에 올려 이 엄청난 시장을 공략하면
좁은 국내시장은 더 이상 우리 기업들의 핸디캡이 되지 않는다.

인터넷 전자상거래는 경제 전반의 효율성과 거래의 투명성을 높여 질적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수단이 된다.

디지털 경제에 동참해 당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번영을 누리기 위해서는
장터나 수퍼마켓 수준의 인식에서 벗어나 사이버 세계를 적극 개척해 나가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