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독특한 경제개발경험은 그 자체로 대외 원조사업에서의 훌륭한
노하우입니다. 선진국은 돈을 지원하지만 한국은 경험을 전수하는 것이죠"

신기복 한국국제교류협력단(KOICA)총재는 "대외원조사업"을 21세기형
벤처사업에 비유했다.

나눔과 베품을 바탕으로 서로 도움을 얻는 "미래지향적 사업"이란
이유에서다.

원조란 본질적으로 "지출"이 아니라 "투자"라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신 총재는 스스로를 교류협력단의 CEO(최고경영자)라고
부른다.

KOICA는 수단 우간다 인도네시아 등 1백여 개발도상국에 대한 무상원조를
총괄하는 특수법인.

외교통상부 산하기관으로 지난 91년 설립돼 1일로 꼭 8주년을 맞았다.

한국의 경제개발경험과 기술을 전수하고, 해외 오지에 학교 보건소 등을
지어주는 일이 주된 업무다.

개도국에 파견돼 2년간 봉사활동을 하는 "해외봉사단원"의 선발과 교육도
KOICA의 몫이다.

최근 10기 해외봉사단원 1백여명을 뽑아 교육중이며 이들은 오는 7월 전세계
1백여개 개도국으로 파견돼 활동에 들어간다.

지난달에는 개도국 젊은이들을 연수시킬 국제연수센터를 완공하기도 했다.

"과거 원조수혜국이 원조공여국으로 바뀐 것은 원조역사상 드문
케이스입니다"

신 총재는 그러나 한국의 원조규모가 아직은 무척 낮은 수준이라고 말한다.

무상원조의 규모가 국민 1인당 1달러50센트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중 최하위수준.

"인도네시아 벽지에선 지금도 경운기를 "대똥"이라고 불러요. 한국이 원조해
준 "대동기계"의 브랜드가 보통명사화한 것이죠. 마치 우리가 복사기를
제록스라고 하듯 말입니다"

국가이미지를 높이고 한국상품의 수출을 위해서도 원조는 지속적으로 늘려
나가야 한다는 것이 신 총재의 지론.

선진국에 비해 주어진 재원은 적지만, 원조효율을 최대한 높일 수 있도록
강구하겠다고.

"공존의 지혜"를 터득하지 못한다면 세계화시대에 낙오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신 총재는 "원조사업에선 "얼마를 주느냐"보다 "어떻게 주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