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렀습니다"
제임스 울펜손 세계은행(IBRD) 총재가 22일 전직원들에게 이같이 후회의
말로 시작되는 편지를 보냈다.
울펜손 총재는 이 편지에서 "러시아에서는 개혁의 선결과제인 시장경제
조건들을 무시했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부패 구조를
과소평가했다"며 세계은행의 위기대응에서 잘못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울펜손 총재는 특히 "효과적인 규제장치와 경쟁 체제가 구축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사유화는 큰 재난을 낳을 뿐이었다"며 세계은행의 러시아대책을
비판하고 "우리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는 피하고 단순명쾌해 보이는 해법만
제시하는 좋지못한 습성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울펜손 총재는 이어 인도네시아 경제위기를 회고하면서 세계은행은 그동안
개도국들의 정치적 부패를 "통치 차원(governance)의 문제"라며 회피해왔다고
지적하고 "부패는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단일 요인인 만큼 반드시 퇴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편지 말미에서 "세계은행은 단기업적에 치우쳐 가시적 결과를
보여주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여 한다"며 직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국제기구의 대표가 이처럼 자신이 속한 조직의 잘못을 시인하고 비판하기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