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파에 HP웨이도 흔들리는가.

인본주의를 중시하는 "HP웨이(Way)"를 내세우며 "인위적 감원은 없다"고
공언해온 휴렛팩커드가 대규모 인력 줄이기에 나서 관련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휴렛팩커드(한국HP)는 명예퇴직 프로그램(VSI:Voluntary Severance
Incentive)을 실시하면서 10월말까지 퇴직신청자를 받고 있다.

한국HP측이 밝히고 있는 감축목표 인원은 정식 직원(1천1백50명)의 8%인
85~90명선.

현재 퇴직신청자 수가 목표에 미치지 않자 실적이 부진하거나 사업전망이
좋지 않은 부문을 중심으로 감원대상을 선정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HP 관계자는 "면담을 거쳐 결정하며 본인이 원치 않을 경우 강제로
퇴사시키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가능하면 다른 나라에 있는 HP로의 전환배치를 주선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에따라 현재 10여명이 싱가포르 중국 등 해외로 옮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HP는 이와는 별도로 2백여명에 달하는 임시직 직원을 모두 해고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인력감축 규모는 사실상 전직원의 30%선에 이르는 셈이다.

HP의 이번 감원은 미국HP 본사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경제여건 악화로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자 HP 본사는
이 지역 전체 직원의 3~4% 정도를 줄이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상황이 더 나빠 감원규모가 커졌다고 HP 관계자는 설명
했다.

HP의 이번 감원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이 회사의 경영이념
(HP웨이) 때문.

HP는 미국에서 2차대전 때도 근로시간을 줄여 월급을 삭감하면서도 인원은
유지했으며 불가피한 경우 인력 재배치 등으로 감원을 피해 왔다.

관련 업계에서는 한국HP의 이번 결정에 대해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고 있다.

또 대부분의 다른 외국 컴퓨터업체들도 실적이 97년보다 크게 떨어져
한차례의 감원 한파가 일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 조정애 기자 jch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