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당권이 이회창 신임총재 수중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은 31일 전당대회 총재 경선을 통해 신임 이 총재에게 지난 대선에
이어 "한나라 호"의 "키"를 다시 맡겼다.

이 신임 총재는 경선 과정에서 다른 후보들로부터 "실패한 대선체제로의
복귀"라는 맹공을 받았으나 "대세론"관철에 성공했다.

한나라당 대의원들은 곧 전개될 여대야소 정국하의 당을 이끌 적임자로
대선때 1천만 표를 얻은 이 총재 만한 인물이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 총재 체제의 한나라당 앞에는 그러나 적잖은 난관들이 깔려 있다.

우선 경선 후유증 수습 문제다.

경선 과정에서의 후보 간 이전투구 양상으로 보아 "이탈자"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일부 후보들의 "반이회창" 공세 수위를 감안할 때 탈당을 위한 명분 축적용
이 아니었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벌써부터 "제2의 이인제"가 나올 공산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또 부총재 지명을 놓고 이 총재와 타 후보 진영간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주류가 당직을 독식할 경우 내홍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
된다.

게다가 이 총재측이 "떠날 사람은 떠나라"는 식의 대응방식을 고집한다면
이탈자 수는 의외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비주류 중진들의 향후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김덕룡 전부총재와 서청원 전사무총장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당에 남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한동 전 부총재도 당에 잔류, 백의종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비주류의 리더로서 역할을 모색할 것이란게 측근들의 귀띔이다.

당운영 노선 등을 놓고 주류측과 맞부딪칠 경우 ''결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10명 정도 의원의 이탈은 예상되지만 경선후보 계보의 집단
행동은 명분이 약해 곧바로 가시화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당내 역학구도가 어떻게 변할지도 주목 거리다.

이 총재는 강력한 단일 지도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그의
후견인 격인 김윤환 전부총재와의 관계 설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
된다.

이 총재는 김 전부총재에게 공천권 등을 일부 위임키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당헌.당규를 고쳐 당무위원회 위원장직을 신설한다는 방침까지
정해놓은 상태다.

타 경선주자들을 비롯 초.재선의원들을 중심으로 차세대 지도자를 키우자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방침은 강한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이 총재체제 출범에도 불구, 대여관계에서 강경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의 정계개편 및 사정 드라이브에 맞서기 위해서는 강경노선 외엔
별다른 묘책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 총재는 지난 대선 패인이 이인제 후보의 경선불복과 독자출마에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어 국민회의와 국민신당의 통합은 그로 하여금
"전의"를 새롭게 다지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체제의 순항 여부는 가속화 될 여권의 정계개편 작업과 정치권 사정,
경제청문회 개최 등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전망이다.

< 김삼규 기자 eske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