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간 M&A(기업 인수합병) 열기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11일 하룻동안 발표된 굵직한 M&A건만해도 7건.

규모도 1천억달러(1백40조원상당)에 달한다.

통신업체인 SBC와 아메리테크의 합병소식에 이어 영화음반업체인 시그램과
폴리그램의 합병추진설이 뒤따라 나왔다.

바이오테크업체인 몬산토는 또 2개 종묘업체를 인수키로 했다.

석유회사인 베이컨 휴스가 웨스턴 아틀라스를 사들이기로 했고 전력업체인
컨솔리데이티드 에디슨은 오렌지록 크랜드를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미 업계가 M&A열풍으로 정신을 못차릴 정도다.

올들어 5월1일까지 미국에서 발표된 기업간 합병규모는 6천2백60억달러.

작년 같은 기간보다 2천3백40억달러나 많고 지난 96년 전체
(6천7백30억달러) 실적에 맞먹는다.

특히 올들어서는 거대기업들간의 합병사례(매가 머저)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

올들어 5월초까지 이뤄진 "기업결혼식"은 4천2백60건으로 하루 평균
32쌍의 "신혼기업"이 탄생했다.

건수로만 볼때는 작년(1만2천6백34건)의 하루평균 34건에 못미치지만
합병규모로 보면 정반대다.

올해 성사된 거래의 평균 거래액은 약1억6천8백만달러.

작년의 8천만달러보다 배이상 커졌다.

다시 말해 "빅 딜"이 부쩍 늘었다는 얘기다.

대형 합병이 갖는 의미는 크다.

M&A가 철저히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지난 80년대까지만해도 M&A는 적대적 인수에 애용됐다.

하지만 90년대 들어서는 규모의 경제가 M&A의 타깃이 되고있다.

트래블러스와 시티코프가 결합해 세계 최대규모의 금융기관이 된 것이나,
벤츠가 크라이슬러를 합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몇년째 활황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경기도 대형 M&A를 늘리는 데 한 몫하고
있다.

미국기업의 주가는 경기의 활황에 힘입어 연일 상승세다.

M&A는 보통 주식교환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주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M&A 성사 가능성을 높인다.

또 주식발행을 통한 매수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한다.

M&A가 주가를 올리고 상승하는 주가는 다시 M&A를 낳는 연쇄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주주의 이익보호를 기업들에 요청한 것도
M&A를 활성화시키는 요인중 하나다.

SEC는 기업들이 주가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매년
주주들에게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가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을 통채로 팔아버리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M&A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지 여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현찰이 아닌 주식교환방식으로 거래돼 거품만 커진다.

정부가 나서서 거품을 빼야 한다"(AG에드워즈 단 슈오브부회장)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M&A열풍 자체가 버벌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미국기업들의 M&A 열풍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두고 볼 일이다.

< 조주현 기자 /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