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버블론을 놓고 일본과 미국정부도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일본 경기부양책을 둘러싼 그동안의 논쟁이 점차 경기자체에 대한 이론
논쟁으로 비화해 가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은 일본경제가 빈사상태라며 이대로 가다간 일본발 세계불황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그런 만큼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라는 책임을 절감하고 강력한 경기대책
을 펴라고 강요하고 있다.

이에대해 일본은 미국경제야말로 현재 이상과열 상태이며 멀지않아 주가와
달러가 폭락하는 버블 붕괴의 후유증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일본걱정은 그만하고 조만간 닥쳐올 미국경제의 재앙에나 신경쓰라는
식이다.

남의 눈에 들어있는 티만 찾지말고 자기눈속의 대들보나 뽑으라는게 일본의
시각이다.

미국과 영국이 각기 자국의 언론을 내세워 경기논쟁을 벌이고 있다면
일본과 미국은 직접 정부 당국자들이 나서서 열전을 주고받는 것이 다른
점이다.

그러다보니 미.영 언론간 논쟁이 순수 경제학적 논전이라면 미.일간
공방전은 당장의 정책들을 두고 벌어지는 감정적인 요소도 짙게 오버랩돼
있다.

미국은 일본이 아시아 경제위기의 단초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미의회 역시 미정부에 힘을 싣고 있다.

미의회는 일본이 지난 95년 이후 수출촉진을 위해 엔화가치를 떨어뜨림
으로써 아시아위기를 촉발했다는 자체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리버만 상원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일본의 추가경기부양책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클린턴 대통령에 제출, 내달 선진7개국(G7) 정상회담때 일본정부의
경기 대책을 집중적으로 거론할 것을 제의했다.

로버트 루빈 미재무장관도 일본의 아시아위기 책임론을 들먹이며 강력한
내수진작책을 쓰라고 강조해 왔다.

미국의 이런 요구에 대해 일본은 그동안 심히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여왔다.

이런 불쾌감이 최근들어 "미국경제 버블론"으로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문제는 일본이 아니라 미국이며 미국경제야말로 버블의 붕괴에 직면해
가고 있다"는게 일본측 시각이다.

일본 당국자들과 경제전문가들 사에에는 현재의 미국경제를 버블말기로
진단하는 시각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이들은 <>지난 6년간 6천억달러이상의 미국 개인예금이 생산활동이 아닌
투자신탁으로 이동했다는 점 <>미국주가상승이 해외로부터의 왕성한 자금
유입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들면서 미국경제가 지난 80년대말의 일본금융
버블때와 유사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일본대장성 차관은 지난주 "미국 주가가 거의 정점에
도달했다.

미국 투자자들은 이제 주가가 떨어질 것을 걱정할 때"라며 미국 증시버블론
을 강력히 제기했다.

구로다 국제금융국장 등은 보다 직접적으로 "미국 경제가 버블붕괴에
직면했다"는 주장을 제기해 파문을 던지기도 했다.

물론 미국정부와 이코노미스트들은 일본측 시각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자산소득이 아닌 영업실적에 의해 뒷받힘
되고 있고 부동산값도 안정돼 있는 등 일본식 버블과는 거리가 멀다고 반박
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간 자존심이 걸린 논쟁이 어떤 결말이 날지 흥미를 끌고 있지만
정작 미국 경제가 버블이라면 더욱 큰 걱정이 될수밖에 없는게 우리의 입장
이다.

< 이정훈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