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에 등록해 개인과 기관의 여유 자금을 운영하고 있는 증권
펀드만도 9천여개에 달한다.
뉴욕증시의 하루평균 거래액이 2백30억달러에 달하지만 이들의 활동
무대는 뉴욕에 국한돼있지 않다.
런던 도쿄 프랑크푸르트 파리 홍콩 등 전세계의 증권시장이 투자
사정권에 들어가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치고 빠지는" 핫머니를 운영해 특정 국가의 외환.증권
시장을 곤경에 빠뜨리고 마는 헤지 펀드들의 본거지도 바로 월가다.
이 월가의 펀드들이 요즘 한국 입성(입성)의 깃발을 다투어 들어 올리고
있다.
외환 위기 이후 "값싸고 전망 좋은" 한국 주식공략에 나선 것이다.
95년에 설립돼 이제 갓 두돌이 지난 아팔루사 펀드는 작년 12월 이후에만
한국 채권에 4억여달러, 주식에 3억2천여만달러를 투입했다.
아시아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HA도 2억여달러 어치의 한국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국 유일의 한국물 투자기관이었던 스커더증권의
코리아 펀드가 한국증권시장에서 운용하고 있는 자금은 5억달러를 넘는다.
이들 신생 펀드가 한국 주식 투자에 어느 정도의 의욕을 보이고 있는지
알 만하다.
이들 펀드의 "한국 붐"에 대해 한국의 증권계는 핫머니로 흐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 대부분의 펀드들은 "한번 산 주식은
2년 내에 매각하지 못한다"는 식의 내규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의 한국 상황으로 볼때 단기순환 투자를 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일
수 있다는 판단(스커더증권 존 리 펀드매니저)에서다.
한푼의 달러가 아쉬운 한국 쪽에서 보면 이유야 어찌됐건 "최소한 2년"의
장기 투자를 다짐하고 있는 이들이 고맙기 그지없다.
환매 금지 기간을 아예 3년으로 못박은 아팔루사 펀드의 뉴저지 쇼트힐
사무실에는 한쪽 벽면에 대형 태극기가 걸려 있기도 하다.
이 정도면 "한국 사랑"이 보통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장기투자 전략에는 또 다른 계산이 깔려 있다.
결코 한국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투자 타깃인 현대 삼성 LG 대우 SK 등 대기업그룹 간판 계열사들의 경영을
조기에 "정상화"시켜 주가를 최대한 높여 놓겠다는게 그들의 관심이다.
그러다보니 경영에 끼여들지 않을수 없다.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을 관계사들에 이전하는 등 불합리한
경영관행을 바로잡는 것이 경영 정상화의 주안점"이라고 아팔루사 펀드
데이비드 테퍼 사장은 강조한다.
그래야 기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고 주식도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우통신 한국타이어 SKC 효성T&C 등의 지분을 10%이상 가지고 있는
테퍼 사장은 최근 "주주 자격"으로 이들 기업의 본사를 순방하고 돌아왔다.
"기업 경영을 잘만 한다면 단순한 투자자로서 경영에 관여하지않을
것이다.
그러나 구습을 반복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게 그가 전하고 온
메시지였다.
HA의 해리 세거먼 사장은 한국 내의 소액 투자자들과 연계하는
"주주 민주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오너 경영의 폐단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한국내 소액 주주들도 "함께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국내 대기업들은 가뜩이나 새정부로부터 구조조정을 독촉받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상전"을 모시게 됐다.
외국 펀드들의 정관 개정요구로 부심하고 있는 일부기업들의 곤욕은
다른 기업들에도 언제 몰아닥칠지 모르는 "발등의 불"이 돼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