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빗 파리채 청소도구의 손잡이 부분에 구멍을 뚫어 쉽게 벽에 걸수
있도록 했다.
잉크가 잘 흘러내리지 않게 하기 위해 펜촉에도 구멍을 뚫었다.
화초에 물을 주는 조리개나 샤워기의 꼭지는 작은 구멍을 무수히 뚫어
물이 확산되도록 했다.
콩나물을 키우는 콩나물시루도 물이 골고루 뿌려지도록 구멍을 뚫었다.
요즈음 개발된 필기구를 자세히 보면 뚜껑에 조그만 구멍이 뚫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필기구에 숨구멍이 뚫린 것이다.
이 숨구멍은 안전장치다.
아이들이 간혹 필기구 뚜껑을 삼키는 경우가 있어 뚜껑이 아이의 기도에
걸렸을 때 숨구멍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유럽에서는 일정한 굵기의 필기구에는 반드시 뚜껑에 구멍을 뚫도록
안전규격에 명시해 놓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주방용 칼에 구멍을 낸 신제품을 출하해 인기를 끌고
있다.
"냉동고기나 당근 같이 썰기 힘든 것이 마치 두부처럼 쉽게 잘린다"
"아기안아 키우느라 손목이 시원찮은데 칼질이 너무 쉽다" "가볍다.
칼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생선 비늘까지 털어 낼 수 있는 만능
칼이다" 등의 찬사를 주부들로부터 받고 있는 것이다.
새 청바지에 구멍을 내 새로운 유행을 창출했다.
심지어는 사람의 몸에도 구멍을 뚫는다.
귀에 구멍을 뚫는 것은 기본이요,코에 배꼽에 온몸에 구멍을 뚫는 것이
유행이다.
어떤 사람은 구멍을 십여개나 뚫고 다닌다고 한다.
이처럼 구멍하나 뚫는 것으로 물건을 가볍게 하거나 원재료를 줄이기도
하는 등 다용도로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그러나 구멍은 뚫어야 할 곳에 뚫어야 한다.
창문의 구멍은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지만 겨울에는 찬바람이
들어온다.
이처럼 구멍은 뚫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모든 물체는 구멍을 낼 수도 있고 뚫어진 구멍은 막을 수도 있다.
나쁜 구멍은 막고 좋은 구멍은 크게 하는게 지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