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후보단일화 협상이 공식 타결된 31일 양당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집권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한 것 아니냐는 당내 불만을 갖고있던
국민회의는 일사천리로 협상안을 승인한 반면, 자민련은 협상에 반대한 일부
의원들이 의원총회에 참석하지 않거나 서명에 반발하는등 진통을 겪었다.

국민회의는 이날 오전과 오후 각각 자체 협상기구 소위와 전체회의를 열어
합의문안을 최종점검했으나 별다른 이견없이 협상안을 승인했다.

일부 의원들은 자민련측에 너무 많이 양보한 것이 아니냐는 당내부의
일부 불만을 지적하며 당내 설득의 필요성도 제기했으나 대다수 의원들은
"반DJP연합" 역풍과 관련해 걱정을 하는 등 타결 내용 자체보다는 향후
대처방안에 관심을 쏟았다.

자민련측에 내각제의 총리를 보장한 것을 이유로 합의문에 반발, 서명참여
여부에 고심하던 정대철 부총재도 이날 "DJP연합에 협력하지 않을 이유가
있느냐"며 단일화 지지입장을 밝혔다.

이에 반해 후보단일화 협상결과를 "추인"하기 위해 이날 열린 자민련 의원
총회는 시종일관 침울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

게다가 DJP단일화에 반발하는 의원들은 아예 불참하거나 협상과정의 문제점
을 제기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의총은 협상대표인 김용환 부총재의 보고에 이어
의원들의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이인구 의원 등이 먼저 "내각제와 공동정권 실현을 위해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지만 일부 의원들은
김용환 부총재 등 일부 핵심인사들에 의해 협상이 독단적으로 진행된 점과
서명절차의 문제점 등을 거론하면서 지도부를 성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원범 의원은 "DJP연합에 대한 위법성논란이 제기되는 등 협상과정에
문제점이 있었다"며 "의원들의 연대서명은 국민회의를 못믿어서 그런 것
같은데 그럴바에는 왜 단일화를 했느냐"고 반발했다.

특히 TK(대구.경북)의원들은 "DJP단일화"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지역정서를
의식, "의원전원이 합의문에 서명할 필요가 있느냐"며 협상안 서명에 집단적
으로 반발했다는 후문이다.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김부총재는 의총 도중 회의장을 빠져나와
국민회의측과 접촉, 양당 의원및 당무위원 전원이 합의문에 서명하려던
당초 방침을 바꿔 양당 총재만 서명하기로 합의했다.

김종필 총재는 "여러분들의 흉중이 복잡한 것은 상상하고 남음이 있으나
이 사람의 마음은 더 복잡하다"며 "우리당의 선택이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은
된다"고 의원들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날 의총에는 탈당설이 나도는 이의익 의원을 비롯 박준규 최고고문
김종학 정석모 김범명 김광수 김현욱 이상만 조영재 의원 등 9명의 의원이
개인사정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 허귀식.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