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를 그릴 때 내는 효과가운데 한가지 기법인 발묵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당나라의 왕흡이라고 전해진다.

당조명화록에 따르면 그는 어느날 흰종이에 먹을 뿌리고 발로 차고
손으로 문지르다 그 형상에 따라 바위 구름 물등을 그렸다.

마음 먹은대로 붓가는 대로 손을 놀려 구름과 노을 비바람을 그려내던
그는 얼룩진 자국 하나없이 신이 기교를 부린듯 아름다운 발묵기법을
발견한 것.

명대의 이일화는 또 "발묵은 먹을 오묘하게 사용해 붓의 흔적이 보이지
않게, 마치 먹을 뿌린 것처럼 그리는 것"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이밖에 청나라의 심종언은 발묵의 기능성에 대해 개주학화편을 통해
"먹은 발묵, 산색은 발취, 풀색은 발록하니 발의 쓰임새는 그림속의
기운을 피워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세에는 먹물을 풍성하게 쓰고 먹의 기세가 가득한 형태의 모든 기법을
발묵이라고 부르고 있다.

현대에도 채색화를 그리면서 붓놀림이 호방한 화법을 발묵에 비유해
발채라고 부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