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의 권부기관인 대장성(한국의 재정경제원에 해당)은 마침내
해체되는가.

금융행정을 담당할 경제성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일본 행정개혁회의(회장
하시모토류타로총리)의 중앙성청재편안 발표를 계기로 "재정과 금융의
분리"를 골자로하는 대장성해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행정개혁회의는 거시경제및 산업정책을 담당할 경제성을 신설, 대장성의
금융부문 업무를 맡도록 했다.

경제성이 금융정책의 기획 입안등을 맡고 대장성은 예산 세제등 기존의
재정부문과 통화관리만을 담당토록 조정한 것이다.

행혁회의는 또 금융감독기능 강화를 위해 설립한 금융감독청을 경제성의
외청으로 편입시켰다.

경제성을 기존의 통산성업무인 통산정책외에 금융까지 담당하는 막강한
행정조직으로 만든 대신 최고의 권부기관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장성을
개혁의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대장성이란 이름까지 "재무성"으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을 정도다.

행혁회의는 "일본은행의 독립성 강화와 금융감독청설립으로 재정과
금융분리문제는 이미 정치적으로 타결됐다"며 대장성으로 부터의 금융분리를
당연시했다.

행혁회의의 이번 금융분리방침으로 하시모토 총리측의 대장성개혁쪽에
힘이 실리게 됐다.

대장성은 그동안 금융분리를 행정개혁의 핵(메다마)으로 삼으려는 총리측과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대장성은 금융위기에 대비, 금융과 재정의 신속 밀접한 연결고리가
필요하며 통화문제와 관련한 국제회의에서의 대장상의 역할등을 감안, 재정
금융의 일체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태국의 통화위기때 일본이 재빨리 적절하게 대응할수 있었던 것도 재정과
금융부문을 동시에 가동했기때문이라고 대장성은 설명해 왔다.

대장성측은 이미 금융감독청에 이관키로 결정된 금융감독 검사부문을
제외한 금융기획 입안부문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행혁회의 위원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펼치기도 했다.

이같은 대장성의 움직임에 대해 하시모토 총리측은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정들로 인해 행혁회의도 금융분리를 도출하는데 진통을 겪었다.

행혁회의 위원인 도요다쇼이치로 게이단렌 회장과 와타나베 요미우리
신문사장등은 분리에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반면 미즈노 수상보좌관(행혁회의 사무국장)과 시오노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 등은 분리쪽에 동조했다.

행혁회의 좌장인 후지타 도호쿠대 교수도 "금융분리가 위원들 의견의
최대공약수가 아니다"며 분리결정에 진통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행혁회의는 9월초 중간보고서 발표를 목표로 이번에 내놓은 행정개혁안에
대해 18일부터 집중 심의에 들어간다.

이들 행혁회의 위원들을 대상으로 대장성이 사태반전을 위해 막판까지
치열한 로비와 설득작업에 나설 움직임이다.

그러나 행정개혁에 대한 하시모토총리측의 입장이 워낙 확고함에 따라
금융분리라는 대세를 뒤집기는 어려울것 같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