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 지원을 두고 채권금융단과 함께 초강경입장을 고수해 오던
재정경제원이 한발 물러섰다.

강경식 부총리는 지난 5일만 해도 "기아협력업체에 대한 추가지원은 없으며
기아그룹이 책임질 문제"라고 발언, 정부가 기아그룹에 대해 본격적인
목조르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됐었다.

그러나 재경원이 기아그룹 처리방향을 논의한 내부문서가 발견돼 개입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데다 광주지역에서는 제일은행 예금회수운동까지
벌어지면서 정부와 은행이 유독 기아그룹에 대해서만 가혹한 대우를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불거지자 기아협력업체에 대한 특례보증지원 확대를 결정
했다.

물론 재경원은 "한국은행 총액한도대출범위에서 진성어음할인실적의 50%를
시중은행에 저리지원하자"는 통산부및 중소기업청의 요구는 수용하지 않는등
기아그룹에 "선 자구노력"을 촉구하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려고 했다.

그러나 강만수차관 주재로 열린 이날 실무대책회의에서는 "기아협력업체의
자금난이 그리 심하지 않지만 만약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총액한도대출
확대 등의 추가지원조치를 검토할수는 있다"고 입장을 정리해 기아협력업체에
대해 우호적인 쪽으로 방향이 틀어졌다.

이같은 자세는 지난주까지만해도 기아그룹의 자금사정을 도외시한채 거래를
하다가 진성어음을 결제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해당 협력업체의 책임이라던
재경원관계자들의 주장을 또 다시 뒤집은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조치에도 불구, 기아협력업체에게 실질적인 자금지원의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이후 신용보증기관으로부터 특례보증을 받은 업체는 1백48개사
로 보증규모는 2백30억원에 불과하다.

일반보증보다 기준이 완화된 상업어음특례보증의 경우 총 한도가
1조5천억원에 달하지만 요건충족이 쉽지않아 지금까지 지원된 규모는
7천억원에 그치고 있다.

통산부 조사에 따르면 8,9월중 만기가 도래하는 기아자동차어음은
6백63개사에 3천97억원, 아시아자동차의 경우 5백30개사에 2천18억원에
달한다.

재경원은 이번 조치로 2백61개 협력업체가 업체당 최고 3억원까지 추가로
특례보증을 지원받을수 있다고 밝혔을뿐 이중 특례보증요건에 과연 부합되는
기업수는 어느정도나 될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기관들도 기아협력업체에 대한 자금지원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함께 기아그룹으로 거액을 물린 제일은행의 부실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이다.

강만수 재경원차관은 이날 "제일은행 뉴욕지점의 자금사정이 좋지 않아
외화자산보유현황에 대해 현지 금융당국으로부터 확인을 받고 있으며 외화
차입이 원활하지 않다"며 "금융기관의 애로사항에 대해서는 공적 외환보유고
등을 통해 적절히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정부가 한시라도 빨리 전반적인 금융시장을 안정시켜 제2의 기아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중요하다는 것이 금융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 최승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