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아이디어가 속출하는 감각의 시험무대 패션쇼.

눈에 띄는 행사를 만들려는 디자이너와 패션업체 그리고 쇼연출가들의
노력은 호텔과 컨벤션센터 등 고정된 장소를 탈피해 록카페 나이트클럽
등으로 행사장을 다양화시키기에 이르렀다.

6월에 열린 신원의 영캐주얼 "루이 레이" 런칭쇼는 서울 압구정동의
"하드록 카페"에서 열렸다.

무대와 객석이 구분되지 않은 평평한 2백여평 홀에 빨강 파랑 노랑 펑크
스타일 가발을 쓴 모델들이 춤을 추며 나와 옷을 선보인 뒤 마지막에는
관객과 모델이 한데 어우러져 댄스클럽 분위기를 연출했다.

며칠뒤 같은 장소에서 열린 나산 "오키프" 행사장도 마찬가지.

관객들은 테이블에 앉아 식사하고 발장단을 맞춰가며 쇼를 감상했다.

보성인터내셔널은 7월 캐주얼 "쿨독" 런칭쇼를 쉐라톤워커힐호텔의 카페
"재스티"에서 열었으며, 좋은사람들은 96년 "제임스딘 진" 런칭쇼를
압구정동의 록카페 "카멜롯 인 서울"에서 열었다.

최근 부각된 이런 현상의 뿌리는 80년대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델센터 도신우 대표는 "80년대후반 디스코붐이 일기 시작하면서
디스코텍쇼가 생겼다"고 소개한다.

그것이 주춤했다가 되살아난 것은 95년부터.

95년 영캐주얼 "에고"가 리츠칼튼호텔 "닉스&녹스"에서 런칭쇼를 열었고,
96년 디자이너 이신우씨는 힐튼호텔 나이트클럽 "파라오"에서 "이신우"와
"오리지날리" 컬렉션을 개최했다.

디자이너 박윤수씨는 올 추동 SFAA쇼에 헤비메탈밴드 "블랙 신드롬"을
등장시켜 비트가 강한 음악과 패션쇼가 어우러지는 엔터테인먼트를 펼쳤다.

디자이너 송한규씨(트로아조)도 모델센터에 의뢰해 9월초 서울시내 고급
카페에서 컬렉션을 열 계획이다.

록카페 패션쇼의 가장 큰 장점은 경제성.

일반적 패션쇼장인 하얏트호텔이나 힐튼호텔 컨벤션센터의 경우 식음료
비를 뺀 대관료만 1천2백만원선.

카페나 나이트클럽의 대관료는 이 금액의 절반도 안된다.

모델라인의 쇼 연출가 문청자씨는 록카페 패션쇼의 경우 또 "장소의
성격이 주소비층의 특성에 맞고 관객수도 한정돼 옷의 개성을 잘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영캐주얼이나 캐릭터가 강한 디자이너브랜드의 경우 록카페쪽이 낫다는
설명이다.

"T자형 30m길이"라는 고정 무대형태를 벗어나 모델들도 좋아한다는 것.

물론 단점도 있다.

컨벤션센터와 달리 음향 조명시설은 물론 모델의 탈의실이나 메이크업룸이
없어 불편하다.

영업시간을 피하다 보면 준비는 늘 새벽2~3시부터 시작된다고.

그러나 최근 런칭되는 브랜드 대부분이 영캐주얼쪽이고 소비자 또한
"파격적인 것" "전에 없던 것"을 원하는 추세여서 당분간 이 흐름이 지속
되리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