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병원 산부인과 박문일(46) 교수는 웬만한 컴퓨터프로그래머를 뺨칠
정도의 실력을 갖춘 컴퓨터마니아다.

자신소유로 매일 만지는 PC만 5대다.

집에 데스크톱 2대를 두고 병원연구실에 2대를 설치해 놓고 있으며 노트북
은 항상 들고 다닌다.

집에 있는 PC는 과거에 쓴 논문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데이터베이스(DB)화
하는데 이용하고 병원PC는 최근 개발중인 프로젝트용이다.

노트북은 올가을에 출간할 "태교는 과학이다"라는 책 저술용으로 틈나는
대로 메모를 하고 있다.

요즘 그는 두가지의 중요한 PC프로젝트를 수행중이다.

하나는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창립 50주년 기념으로 인터넷홈페이지구축을
위해 만든 정보통신소위원회 위원장으로서의 활동.

이 홈페이지에는 지난 40년간 학회가 발간한 5백권에 이르는 학회지 논문이
DB화되고 있으며 학회안내 회원광장 의학정보란등이 마련돼 올가을에 정식
오픈될 예정이다.

"일반인들도 이곳에 접속(주소: www.kaog.onnet.co.kr)해 산부인과 질환
등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전국의 교수 회원들은 학회발표
논문을 인터넷을 통해 접수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또다른 프로젝트는 비트컴퓨터와 공동으로 추진중인 유산학관련 전자교과서
프로그램 개발이다.

오는 99년까지 계속되는 이 프로젝트는 의과대생들이 강의실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수술상황등을 멀티미디어형 교재로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는 것이다.

"지난 85년 군의관을 마치고 병원에 온뒤 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각종 도표
통계DB 등을 정리하는데 손으로 일일이 정리하는 작업이 너무 힘들었지요"

논문용 통계등도 좀더 산뜻하고 쉽게 만들수 없을까를 생각하다 286 PC를
구입하게 됐다고 박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해외에 발표하는 논문을 프린터로 작성하지 않아 저개발
국가에서 온 논문이라는 인상을 주기 싫었다고 털어놨다.

"PC를 이용하게 됨으로써 통계등에 대해서 여러각도에서 분석이 가능,
내용이 보다 충실해지는 효과까지 얻게 됐지요"

박교수가 그때 이후 PC의 도움을 받아 해외 전문잡지에 발표한 논문의 수는
9편에 이른다.

박교수는 "상용소프트웨어를 사용하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전문가나 발매
회사에 그때그때 물어 해결하는 것이 PC와 보다 친숙해지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고 강조한다.

< 윤진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