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고경영자들은 불황의 기미가 보이면 직원명부부터 찾는다.

불황에는 즉각적인 인원정리로 대응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모든 미국기업이 인원감축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 것은 아니다.

3M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최근 마이클 해머 교수는 한 신문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리엔지니어링은 옳은 것이었지만 사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한
것같다"라고.

나는 이제야 거기에 신경이 닿았구나라고 느꼈습니다"

3M의 리비오 드시몬 회장겸 CEO(최고경영자)의 이 말은 그가 휴머니스트일
것이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버드대학교수인 마이클 해머의 리엔지어링(사업영역의 근본개혁)은
국내에도 유행병처럼 전래됐던 이론이다.

미국기업들이 불황을 극복함에 있어 인원삭감의 뒷배경이 되기도 했다.

드시몬 회장의 얘기는 리엔지니어링의 주창자가 이제와서 자신의 이론이
일반사원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하지 못했음을 시인했다는 의미다.

드시몬 회장이 회사경영에서 늘 염두에 두는 화두는 "이노베이션"(혁신)일
것이다.

그것은 회사가 추구하는 바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는 36년 캐나다 몬트리올 태생이다.

캐나다의 맥길대학을 졸업한 후 캐나다3M에 기술자로 입사한 것을 계기로
한 평생 "3 Mer"를 걷게 됐다.

평사원에서 시작, 직장인으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CEO자리에 올라간
전문경영인이다.

원래 엔지니어인 그는 미네소타주 교향악단의 임원을 떠맡아 활동하는
클래식애호가란 일면도 가지고 있다.

90년대초반 현직에 오른 드시몬 회장은 3M의 긴 역사에서 두번 볼수
없을지도 모르는 대대적인 구조개혁을 단행한 인물로 기록돼야 한다.

"3M혁신의 심벌"이란 닉네임도 붙을 만하다.

95년11월.

"전면적인 기업개편을 결정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어떻게 사원들이
일할 의욕을 잃지않게 할 것인가 였습니다.

3M처럼 끊임없는 이노베이션이 필요한 기업에는 무엇보다 소중한
부분입니다"

드시몬 회장은 3M의 업무영역중 플로피디스크와 같은 데이터기록매체와
화상처리부문을 완전한 별도회사로 독립, 분리시킨다는 전격적인 발표를
했다.

오래전부터 고통을 함께 이겨내는 종신고용의 기업문화를 갖고 있던
종업원들에게 분리독립은 상당히 충격적인 기업개편이었다.

새로운 회사의 이름은 "이메션"(이미징과 인포메이션의 합성어)으로
정해졌다.

이메션이 취급하는 업무영역은 소위 정보통신시대를 맞아 어느 분야보다
기술발전속도가 빠르고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3M의 한 사업부문으로 존재하는 것보다 별도회사로 시장을 개척할 때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불가피한 전략이었다.

드시몬 회장은 대학등을 다니며 "지속적인 이노베이션경영"을 주제로
한 강연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혁신이 어려워진다고 인정하면서도
3M은 어떻게 이겨내고 있는가를 열심히 전파했다.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호응도가 없어도 자금지원을 결정해 줄 위원회
구성을 요구할 수 있는 사원들의 권리, 기술자들에 대한 다양한 포상제도
등은 그의 강연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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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 36년 : 캐나다 몬트리올 출생
<> 57년 : 캐나다 맥길대학졸업 캐나다 3M 입사
미국 호주 브라질 등지에서 근무
<> 75년 : 미국 3M의 라틴아메리카 지역담당 부사장
<> 91년 : 회장겸 CEO에 취임
<> 95년 : 3M의 전면적 개혁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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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림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