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국제대학원 석좌교수로 위촉된 김만제(63) 포철회장이 18일 오후
5시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첫 특강을 했다.

지난 83년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직을 떠난뒤 재무부장관,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 등으로 외도한지 만 14년만의 출강이다.

석좌교수는 전문연구활동을 하도록 대학이 특별 위촉한 교수를 말한다.

이날 강의실에는 대학원 수강생과 대학생 50여명외에 교수들도 10여명이나
참석하는등 열기가 높았다.

현직 대기업 최고 경영자가 석좌교수로 강의에 나서는 것도 드문 일인데다
기업경영의 실상과 업계의 흐름 등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이
작용한 것.

힘찬 박수속에 강단에 선 김회장은 약간 긴장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저는 원래 경제학자인데 철강회사에 몸담고 있어 철강산업의
글로벌라이제이션, 세계화에 대해 얘기하려고 합니다"

강의는 영어원서로 제작된 교재와 슬라이드를 통해 진행됐다.

"현재 기업간의 경쟁은 글로벌 경쟁으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더 이상 생존마저 어려운
상황이 될 것입니다"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리스트럭처링, 리엔지니어링 등
조직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국제적인 M&A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기업 현실과 생존의 몸부림에 대한 김회장의 설명은 단순한
"책상물림"에서 나온 강의와는 질적으로 달랐다.

강의가 진행될수록 김회장은 옛날의 "교수끼"가 되살아난듯 조크까지 섞는
여유를 보였다.

특히 포철의 글로벌 경영전략 부분을 강연할때 김회장의 목소리는 자신에
차 있었다.

"포철은 스피드경영, 사외이사.감사제 도입 등 경영측면에서도 국제화의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94년 한국업계 최초로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등
글로벌 파이낸싱을 통한 재무능력도 강화하고 전세계적인 개발투자 전략도
전개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영체제를 구축해 세계 1위의 기업으로 성장
하려고 합니다"

강의가 끝나자 학생들이 포철의 민영화와 최근 관심거리로 등장한 한보철강
인수 문제등 현안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공세를 했다.

"포철은 장기적으로 민영화돼야 한다고 봅니다. 공기업이 가진 단점이
아직은 많습니다. 또 한보철강 인수는 기업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어렵다고 봅니다. 현대 등 민간기업이 맡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는 솔직 담백하면서 명쾌한 답변으로 학생들의 질문에 답했다.

강의를 마치고 난 김회장은 "내가 아는 것을 후배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앞으로 자주 이런 기회를 얻어 강의를
계속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회장은 학기당 2~3회 특강을 할 계획이다.

국제대학원의 박경란씨는 "철강이라는 생소한 분야를 알기 쉽게 강의를
해줘 많은 도움이 됐다"며 "또 국내기업의 글로벌라이제이션이 상당히 진전
되고 있음을 최고 경영자로부터 직접 확인할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