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1일 금융개혁위원회에 제출한 "금융개혁과제와 추진방향"은
은행소유및 지배구조개선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등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전향적인 내용까지 담겨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아울러 <>금융규제완화 <>금융산업구조의 개편 <>금융하부구조의 확충
<>금융국제화의 추진 <>통화정책의 선진화등 금융개혁에 대해 한은
나름대로의 밑그림을 제시했다는 점도 의미를 갖고 있다.

그 내용도 재경원등의 구상보다 상당히 앞서 있고 구체적이어서 적극적인
금융개혁을 모색하고 있는 금개위로서는 기대치 않은 원군을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은의 제안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산업자본의 금융기관
소유및 지배허용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은은 현재 일반은행의 동일인소유한도제한을 철폐하거나 5대계열기업군의
비상임이사회참여를 허용하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안까지 제시했다.

또 그 과정으로 금융전업기업가제도의 재검토필요성도 제기했다.

지금까지 재정경제원등의 입장이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지배불가"였던
점을 감안하면 금융기관 소유구조논의에 큰 물꼬를 튼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은은 물론 "산업자본의 금융기관소유및 지배허용여부는 아주 예민한
사안인 만큼 중장기적으로 신중히 검토할 사안이나 언제까지 대안모색을
미룰수는 없다는 뜻이 다소 와전됐다"(이강남 조사제1부장)고 한발 빼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그러나 5대기업의 생보사진출허용여부등이 검토되고 있는
마당에 산업자본의 금융기관지배허용검토라는 중앙은행의 지적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한은의 이같은 주장은 금개위의 활동폭과 같은 맥락에 있는
것 같다"며 "이런 추세라면 올해안에 산업자본의 금융기관소유제한이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금융지주회사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눈길을
끌고 있다.

당분간 은행 증권 보험을 3대축으로 유지하되 핵심업무까지 상호진출을
허용, 중장기적으론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종합금융그룹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은 금개위에서 그대로 채택될 공산이 크다.

금융계에서는 그러나 한은이 이처럼 다소 급진적인 주장을 내놓은 것은
재정경제원과의 경쟁심리가 작용한 것도 한 원인으로 해석하고 있다.

즉 어차피 금융개혁이 추진될 판에 다소 전향적인 방안을 미리 제시함으로써
금융개혁의 와중에서 주변으로 밀려 나지 않겠다는 의지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2일자).